
‘허리케인’은 카리브해, ‘사이클론’은 인도양, ‘윌리윌리’는 남태평양에서 발생한다.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북서 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이다. 이들을 영어로는 ‘사이클론’(Tropical cyclone)이다. 태풍의 이름은 영원하지 않다. 큰 피해를 준 태풍이름은 제출국 요청으로 퇴출당하기도 한다. 2003년 태풍 ‘매미’와 2005년 ‘나비’는 쫓겨나고 ‘무지개’와 ‘독수리’로 바뀌었다.
올해 우리나라를 처음 찾아온 8호 태풍 ‘바비’는 베트남 북부 사막 이름이다. 다행이 큰 피해가 없어 퇴출당하지는 않을 것 같다. 최근 48년간 북서태평양에서는 연 평균 25.9개의 태풍이 발생했고, 한반도에는 연평균 3.2개가 영향을 줬다. 계절별로는 여름(6월~8월)에 발생한 태풍이 43.2%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가을(9월~11월) 41.9%, 봄(3~5월) 8%, 겨울(12~2월) 6.9% 순이었다.
남한 지역에 직접 상륙한 태풍 수는 연평균 1개 정도였다. 하지만 가을 태풍이 유독 잦아진데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가을에도 바다가 천천히 식어 강한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기상청이 예보한 올 가을(9~11월) 태풍은 11~13개로 이중 5호 ‘장미’, 8호 ‘바비’, 9호 ‘마이삭’에 이어 10호 ‘하이선’이 9월 7일 오전 9시 울산을 거쳐 북상했다.
대만 동쪽해역에서 만들어진 태풍 바비는 열흘 남짓한 일반적 태풍의 사이클을 절반으로 줄여 나흘만에 순식간에 우리나라를 덮쳤다. 하지만 실제 한반도에 도달한 바비는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먼저 다녀간 태풍 바비가 출생의 비밀을 간직했다면 태풍 마이삭은 성장의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태풍은 육지에 상륙하면 해수면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는데다 육지와의 마찰력때문에 세력이 급격히 약해진다. 마이삭은 이런 이론을 비웃듯 동해로 빠져나갈 때까지 세력을 유지했다. 그 바탕에는 시속 70km에 가까운 빠른 속도가 있었다. ‘바다의 신(神)’이라는 10호 태풍 하이선은 마이삭이 거쳐간 경로로 거의 비슷하게 북상, 그 피해가 설상가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