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 근접한 고리 및 신고리, 월성 원전이 최근 두차례 태풍에 멈춰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들 원전이 모두 안정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안은 증폭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두 기도 아니고 무려 6기가 며칠 사이에 차례로 멈춰 버렸는데 어떻게 ‘안전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시민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어제 오전 8시 38분 월성 2호기의 터빈발전기가 정지됐고, 9시 18분에는 월성3호기 터빈발전기가 멈춰 섰다. 한수원은 태풍 영향으로 외부로 전기를 주고받는 송수전 계통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추정하면서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어제 발전이 중단된 월성원전 2‧3호기는 각각 70만 kW 급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일에는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신고리 1호기와 2호기, 고리 3호기와 4호기가 잇따라 자동 정지됐다. 오전 0시 56분 신고리 1호기가 첫 번째로 중단됐으며, 1시 12분에 신고리 2호기가 멈췄다. 이어 고리 3호기가 오전 2시 35분, 고리 4호기가 3시 1분에 연달아 정지됐다. 고리본부는 발전소 밖 전력 계통 이상을 정지 원인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다.

신고리 3·4호기의 지난 7월 말 폭우로 송전 설비가 물에 잠기는 사고가 발생도 했다. 또 같은 달 신고리 1호기에서 액위계(계측기) 고장으로 인해 1,000L가 넘는 황산이 흘러나오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울산 인근 고리와 월성원전의 잇단 가동 중단으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게 됐다.
최근 세계 곳곳의 기상이변으로 인해 우리나라를 내습하는 태풍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도 훨씬 강력해지고 있다. 마이삭은 역대 7번째의 바람 강도를 보였고, 하이선 역시 강한 바람과 비를 동반해 많은 피해를 입혔다. 앞으로 더 센 태풍이 닥칠 경우를 생각하면 원전 중단 소동은 아찔하지 않을 수 없다.

원전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심각한 자연재해에도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하고,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 한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자연재해와 관련한 안전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예측 가능한 사고들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히 세우는 등 안전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울산시 등 재난당국은 원전 중단과 같은 사고 정보도 모든 시민에게 알릴 수 있도록 문자서비스 전송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길 바란다. 원전에 낀 울산 시민들도 그 정도의 권리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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