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찬울산시 문화관광체육국장

우리글 목숨같이 지켰던 ‘외솔’ 서거 50주년 
한글예술제·외솔기념관 순우리말 명칭 변경
한글도시 울산으로 거듭날 정책 담아나갈 것

올해로 한글 574돌을 맞는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성군 세종대왕이 직접 만든 훈민정음. 1443년 만들어 3년간의 숙고 끝에 1446년에 세상에 알렸다. 말과 글이 일치하지 않아 생기는 백성들의 불편함을 안 임금의 힘든 노력 끝에 세상에 나왔지만, 중국 중심의 세계관이 지배하던 양반중심의 조선사회는 지금은 세계가 칭송하고 감탄하는 ‘한글’을 외면하였다. 
19세기 세계 열강들이 조선땅 침략을 노골화하자 주체의식이 싹텄고, 그제야 고종은 1894년 갑오개혁에 훈민정음을 국문으로 선포하게 되었다. 국문 선포는 모든 공문서를 한문에서 한글로 사용하겠다는 의미였고, 이는 중국 중심 세계관의 탈피였다. 
울산이 낳은 한글운동의 대표적 학자인 외솔 최현배 선생도 이 해에 태어났다. 외솔 선생은 서울 유학 중 알게 된 근대 한글 연구의 선구자 한힌샘 주시경 선생의 '한글 사랑' 큰 뜻을 평생 실천해 나갔다. 
올해는 외솔 서거 50주년이 되는 해다. ‘한글이 목숨’이라며 우리글을 목숨같이 지키려했던 외솔. 얼마나 한글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였는지 그의 말과 행동에서 엿볼 수 있다. 1920년대 초 조선어연구회가 만들어지고 가갸(한글)날 제정, 표준말 제정, 한글맞춤법통일안 작업을 본격 수행해 나간다. 그 이후 조선어연구회는 조선어학회로 바뀌고 영화 ‘말모이’에서도 잘 묘사되었다시피 지역마다 쓰는 말들이 다 달랐기에 그것을 모아 큰 사전을 만드는 작업이 이뤄졌다. 한글연구와 보급이 곧 독립운동이었던 것이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며 창씨개명, 민족말살정책을 편 일제는 결국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을 빌미로 회원 33인을 체포하고 그중 16인이 기소된다. 위원장이었던 이극로 선생이 6년형, 다음으로 4년형을 선고받은 분이 외솔이었다. 그만큼 조선어학회에서 가장 비중이 있었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함흥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던 외솔은 해방을 맞으며 사흘 뒤 총살을 목전에 두고 풀려난다. 이후 외솔 선생은 미군정시절 문교부 편수국장, 정부수립 후 최초 한글학회 이사장, 한국전쟁 당시 문교부 편수국장 등을 맡으며 우리말글을 가꾸고 다듬으며 체계화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외솔은 한문이나 일본식 표기를 배격하고 한평생 ‘한글만 쓰기(한글전용)’를 외쳤고, 당시만 해도 공문서나 신문들은 세로쓰기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줄곧 ‘가로쓰기’를 주창하였다. 외솔의 한글사랑을 엿보자. 영어의 ‘she’는 우리말 표현이 없었고 일본식 표기를 따라 ‘그’에 ‘계집 녀’를 붙여 ‘그녀’가 되었는데 외솔은 순우리말 ‘그미’로 쓰자고 했다. ‘그’에 여성을 일컫는 ‘미’(예. 어미, 할미, 아제미 등)를 붙여 ‘그미’로 하자는 것이었다. 또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TV에 출연한 패티김 부부가 서로에게 적절한 호칭을 찾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사랑하는 남자는 ‘그림비’, 사랑하는 여자는 ‘단미’로 순우리말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서거 몇 달 전 <국회보>에 실린 ‘세종대왕의 위업과 민족 문화의 현실’ 이란 글 끝에 남긴 다음 글의 울림은 현재의 우리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5백 년간이나 중국 숭배로써 내 글과 내 말을 헌신짝 같이 내버렸고, 일제 36년 동안에 일본 숭배로써 왜식의 사물과 말글을 극단적으로 애용하였고, 광복된 오늘날에는 서양말, 특히 영어라면 무조건 남용함으로써 자랑을 삼는 이 겨레, 이 백성은 장차 어디로 갈 것인고! 사대주의를 깨끗이 버리고, 독립자존의 겨레 문화를 건설할 날이 언제나 올 것인가?” 
21세기 문화의 세기, IT혁명으로 불리는 이 시대 한글의 위대함이 없었다면 우리가 세계 10대 강국이 되었겠는가. 아직도 우리사회 저변에 남아있는 사대의식은 혁파하고 한글전용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그 중심이 외솔의 고향 울산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한글예술제’의 이름을 외솔의 정신을 잇고 그를 기리고자 순한글인 ‘외솔 한글 한마당’으로 바꿨다. 앞으로 ‘외솔기념관’도 ‘외솔 기림터’로 바꾸고 한글도시 울산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정책을 담아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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