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웅 시인 ‘억새풀’ 욱필원고.  
 

억새풀



눈 내리는 강가에

억새풀

한 포기



가는 잎새

마른 줄기

이 겨울을 이기려나!



수연한

네 앞에 서면

출렁이는

강물 소리





●솰솰 솰솰 낙엽비가 쏟아지면서 속이 다 내비치는 물빛 늦가을이 깊다. 비로소 만물이 참모습을 드려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쯤이면 뼈를 찌르는 한기에 우리네 삶도 뒤돌아보게 된다. 곧 절망 같은 시련을 안기는 겨울은 눈을 동반할 것이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 한 오히려 고통은 다시 일어서는 기회의 시간일 수 있다. 강가에 말라붙은 물억새는 벌써부터 봄을 앞당기느라 쓰려지려는 서로의 몸을 껴안고 서걱대지 않은가.



●시인 최정웅(崔政雄·1939년~ ). 전남 여수 출생. 1973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제2회 「샘터시조상」 장원. 1989년 중앙일보 논픽션 당선. 시집 《억새의 노래》, 《어부의 노래》, 《갈매기의 노래》, 《다도해의 아침》 외. 가사 〈여수시민의 찬가〉, 〈오동도〉, 〈아름다운 섬진강〉, 〈울돌목〉 외. 전남시인상, 전남문학상, 여수해양문학상 수상 외. 국제펜클럽, 한국문인협회, 시향문학회, 광주문인협회, 전남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도서출판 「열린문학」 대표.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