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방문한 울산 남구와 중구를 연결해주는 ‘배달의 다리’는 사람들이 앉아 배달 음식을 즐기던 테이블은 사라졌고, 다시 ‘통행’적 역할만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울산지역 전통시장과 지역 상권도 모두 침체되고 있다. 전통시장이나 상인회 등이 손님들의 발길을 모으려 추진했던 각종 특화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는 비대면 사업 등 ‘새 길’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수암한우야시장’ 취소… 인근 상인 매출 급감에 ‘한숨’= 남구 수암상가시장의 특화사업인 ‘수암한우야시장’은 올해 코로나19로 열리지 않았다. 수암한우야시장은 행정안전부 지정 국내 전통시장 공식 8호로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열렸다. 지역에서 ‘한우’로 나름 유명세를 얻고 있는 수암시장에서 직접 산 고기를 골목 야외에서 직접 즐길 수 있다는 데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야시장은 한여름과 한겨울을 제외한 3월부터 6월, 9월부터 11월까지 열려 수암시장의 먹거리와 즐길거리를 대표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개최는 연기됐고, 하반기 들어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끝내 취소됐다. 상인들은 70%가량 떨어진 매출에 울상이 됐다.
수암상가시장 상인회 임용석(61) 회장은 “올해 코로나19로 어려워진데다 시장의 상징인 한우야시장 운영마저 취소되면서 더 힘들어졌다”며 “작년에 비해 배출이 반의반도 안 나오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야시장을 열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내년 수암시장의 한우야시장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올 겨울 3차 유행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해마다 야시장 인건비 등을 지원하고 있는 남구는 올해 편성한 2,400만원의 예산을 반납했고, 내년 당초예산안에도 같은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집행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남구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고, 상인회 측과 내년 운영 여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개장 1년만에 문 닫은 ‘배달의 다리’… 인근 상인들 아쉬움 토로= 남구와 중구를 연결하는 보행교인 울산교는 ‘배달의 다리’로 개장한지 1년만에 중단됐다. 사람들이 앉아 배달 음식을 즐기던 테이블은 사라졌고, 이 다리는 다시 ‘통행’적 역할만 하고 있다.
실제 울산연구원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배달의 다리’ 사업 시행 후 울산교를 찾은 사람은 이전에 비해 1.3배가량(2018년·2019년 10월 비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난해 반짝 늘었던 발길이 다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중앙시장에서 통닭집을 운영하는 박모(45)씨는 “배달의 다리는 다른 곳과 달리 가게로 직접 주문 전화를 해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돼 좋았다”면서 “배달의 다리가 중단된 이후 매출도 줄고, 일대를 찾는 사람도 줄어 적막하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내년 당초예산안에도 2억7,000만원 상당의 운영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추세에 따라 추경 등을 통해 예산을 확보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올해도 당초예산으로 배달의 다리 운영비를 편성했다가 반납했다”면서 “현재는 내년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지만, 상황을 보고 추경에 반영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드라이브스루 등 비대면 활로 개척 나선 동구 남목전통시장=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과는 다른 ‘비대면 사업’을 통해 상권의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전통시장도 있다.
동구 남목전통시장이 대표적이다. 이 시장은 ‘2020년 특성화시장육성사업의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되면서 올해 시설개선, 각종 축제, 시장투어 프로그램 등 운영 명목으로 국·시·구비 총 9억2,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코로나19 여파로 당초 계획했던 사업 추진이 힘들어지자, 상인회는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전면 수정했다.
지역 전통시장 중 유일하게 추석명절기간 온라인 사전결제를 통해 상품을 드라이브스루로 판매했으며, SNS를 통해 일종의 홈쇼핑 중계인, ‘라이브커머스’도 진행했다. 조만간 모바일 장보기 서비스도 도입하기로 했다.
남목전통시장 상인회 김홍기 실장은 “코로나19로 시장의 분위기도 침체되고, 오가는 손님도 크게 줄어 많이 힘들었는데,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며 “특히 추석에 진행한 드라이브스루는 방문객과 상인들 모두 만족해, 앞으로도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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