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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익천 작가 ‘들쥐와 해바라기’ 육필원고. | ||
가을이 깊어갔습니다.
해바라기의 몸은 앙상하게 말라가고 까맣게 익은 씨앗은 금방이라도 하나씩 하나씩 떨어져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들쥐는 그 씨앗을 단 하나라도 먹을 수 없었습니다. 마음 가득 눈물이 고여 만지는 것조차 눈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들쥐는 겨울이 오기 전에 까맣게 익은 해바라기 씨앗들을 따뜻하고 기름진 흙 속에 하나씩 하나씩 묻었습니다. 아무도 찾지 못하게 깊이깊이 묻었습니다.
-동화 『들쥐와 해바라기』 끝부분-
●살아가면서 가장 무서움이란 무얼까? 그것은 생존의 기본인 배고픔일 것이다. 오죽하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사흘 굶어 담 안 넘는 사람 없다 했을까. 대문호 괴테는 “눈물과 함께 빵을 먹어 보지 않은 자는 인생의 참맛을 모른다.”라고 했다.
요즘 뉴스를 접하니 코로나19의 긴 그늘로 인해 생계형 씁쓸한 보도(?)가 마음 한구석을 찐하게 한다.
동화 『들쥐와 해바라기』는 가진 자의 나눔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약자의 관계 설정이 우리네 삶의 단면을 감동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봄이 되면 은혜의 씨앗이 더 많은 해바라기의 웃음꽃을 피울 수 있도록 말이다.
●동화작가 배익천(裵翊天·1950년~ ). 경북 영양 출생.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달무리』 당선으로 문단 데뷔. 동화집 《내가 만난 꼬깨미》, 《냉이꽃의 추억》, 《별을 키우는 아이》, 《우는 수탉과 노래하는 암탉》 외 30여권 출간.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윤석중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박홍근아동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수상 외. 현재 경남 고성 소재 〈동시동화나무의 숲〉 운영, 부산MBC 「어린이문예」 & 계간 「열린아동문학」 편집주간. ssan1219@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