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방 소멸’
 정부 예산·정책에 매달리기 보다는
 지역적 유형별 일꾼 모델 발굴해야

 

이영규
울산정보산업협회 회장·아이티공간 CEO

얼마 전 우연히 어떤 매체에서 우스갯소리로, ‘자기 자식은 평생 아픈 사람이나 보고 살아가는 의사 시키기 싫지만, 사위나 며느리는 의사를 바란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내 자식만큼은 제조업 시키지 않겠다.(중소기업이하).’라고 말한 어느 울산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대한민국 현실에서 직접 현장을 살아본 사람이 아니라면 과연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최근 창업 붐이 불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외국 유명대학이나 스카이출신 친구들의 스타트업에 워낙 이목과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기능과 기술 그리고 현장에서의 삶은 무시당하기 일쑤다. 진작 고된 일은 다 맡아 하는 현장 사람들의 의사결정권은 줄어들고, 눈에 보이는 성과만 강요한다. 그러다 보니, 열악한 현장일수록 더 약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단가를 후려치고, 네고에 네고로 쥐어짜는 현실은 코로나도 비켜 갈 수 없다. 아무리 좋은 특허나 기술이 있어봤자, 훌륭한 백그라운드가 없으면 주목받지 못하는 중소기업 제조업의 현실에서, ‘열정과 혁신으로 이 세상을 버티어 내라’고 하는 ‘맨몸 정신’이, 과연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질지 진심으로 우려된다. 

무형의 가치와 노력, 열정과 혁신을 하늘 높이 인정해 주는 공무원들의 보상과 성과, 대기업 점퍼라도 걸친 공장 노동자들의 선비 대접과 같은 우대. 이러한 현실 속에 중소기업, 하청서비스업에서 일하면 종놈 같이 여겨지는 대한민국 정서부터 개선 시키지 않는다면, 결코 대졸자 청년 절반 이상이 ‘공무원’이라는 시험에 목을 거는, 최소한 그런 이상한 나라는 되지 않겠지. 이상한 나라 탈출구는 바로 ‘대접’뿐이다. 그 지역에 뿌리를 둔, 지역산업 일꾼들의 대접.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에 뿌리를 둔 전통산업이 성장 동력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지역기업은 물론이고, 자치단체와 시민들이 지역의 역사와 여건에 걸맞은 발전 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의지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 수단은 지역산업에 기반을 둔 특수 목적 대학 육성뿐 이다. 지방에 위치하지만, 지역을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화시킬 수 있는 대학이 그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정말 큰 영광이자 자랑이다. 하버드와 MIT는 물론이고, 카네기멜론과 피츠버그, 보스턴 등의 그 좋은 예다. 미국에서는 언제나 대학 이름에 그 지명을 연관시킨다. 스탠퍼드 대학교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를 만들게 된 것은, 지역의 일꾼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들의 자존심이 명문대학이라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가령 울산은 울산의 자랑인 유니스트의 성공을 위해, 300명 정원을 700명 수준으로 복원시켜 지역의 고급 인재육성과 과학 인프라를 활성화시켜야 하고, 기존의 장점을 활용해 미래기술을 준비하는 산업데이터 활성화 대학으로 지역의 장점을 백분 활용하고 성장시킬 인재가 넘쳐날 수 있도록 공급해야 지역경쟁력의 선순환 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지방 소멸’이 더욱 가파르게 진행된다. 지방 소멸의 대표적 도시 부산은 지난 5년간 수도권 유출 인구가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진작 수도권에 거주하는 이들조차 집값 상승, 사교육비 부담 등의 스트레스에 출산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10여년전부터 정부에서는 각 권역별로 혁신도시를 지정해 공공기관을 강제로 내려보내고 있지만, 모두가 보듯이 효과는 지지부진하다.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는 지방 사립대의 재정 악화와 정원 미달 사태는 대학의 존립으로 인한 그 지역 공동화를 초래하고, 지역의 경기침체와 소멸의 연쇄적 위기를 우리는 수없이 경험했다. 즉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의 위기이자, 국가 전체의 위기이다.

억지로 지방과 지역을 위해 중앙 정부의 예산과 정책에 매달리기보다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강력한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지역적 유형별 일꾼 모델들을 발굴하고 모아야 한다. 그리고 그 지역 특수 사업들이 전 세계의 스타트업과 관련 분야 전문가를 영입한다면, 지금 이 코로나 사태와 맞먹는 AI중심 언택트 빅뱅 가속화 기술로 더욱 진전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영규 울산정보산업협회 회장·아이티공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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