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직·지단장 “교섭위원 전원 바꿔 이달말까지 성과내라”
집행부 “기대 못미쳐 죄송…빠른 시일 내 재교섭 요구할 것”
사측, “성과 없는 교섭 무의미” 휴식기 가질 듯…재교섭 난망

 

현대중공업 노사 사상 초유의 2차례 연속 임금교섭과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타결 실패에 현장에서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집행부의 사퇴, 교섭위원 교체 등의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단장들도 이달 말을 마지노선으로 성과를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8일 현대중공업 현장노동조직인 ‘민주혁신연대’는 소식지를 통해 “조합원 요구사항 반영 못한 교섭팀 전원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교섭 능력보다 자신들의 조직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들의 한계가 두차례 부결을 통해 드러났다”며 “집행부의 철저한 반성과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현장노동조직인 ‘현장희망’도 유인물을 내고 “잠정합의안이 두차례나 부결됐는데, 집행부는 책임통감은 고사하고 조합원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며 “비난과 분열은 회사만 이롭게 한다는 핑계로 질타와 비난을 피하려고 하는데,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우리함께’도 소식지를 통해 “법인분할과 사업부 분할, 희망퇴직, 강제휴직, 상여금 월할지급, 분사 등 7년간의 구조조정으로 현대중 노동자들은 정말 많은 것을 잃었다”며 “이런 조합원들에게 1·2차 잠정합의안이 과연 최선의 결과물인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7일에는 사업부별 조합원 대표인 지단장들이 성명서를 내고 “노조 집행부는 2차례 연속 부결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판단해, 교섭위원 전원 교체하고 4월 말까지 집중 교섭해 성과를 내야 한다”며 “4월이 넘어가면 2021년 교섭까지 포함해 3년치 교섭을 진행해야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성과가 없을 경우 책임을 지고 조합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조합원이 원하는 성과를 도출해 내길 요청하며 지단장들도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집행부는 현장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소식지를 내고 공식 사과하며 분위기 수습에 들어갔다.
노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을 안겨드린 점 머리숙여 사과드린다”며 “두차례 부결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빠른 시간 내 재교섭을 요구하고 사활을 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교섭을 빨리 마무리 짓는 길밖에 없다”며 “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더 강하게 하나로 뭉치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노조는 이날 회사 측에 교섭 재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잠정합의안이 연속해서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자 성과 없는 교섭을 진행하기보단 휴식기를 갖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1차 부결 이후 재교섭까지 50일 넘게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노사가 다시 교섭장에서 만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섭이 재개되더라도 기본급 인상이나 적절한 법인분할 위로금 지급 등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노조 집행부를 외면하는 조합원들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임금협상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더 소요할 경우 자칫 3년치 교섭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올해 말 차기 노조 지부장 선거가 예정돼 있어 교섭 장기화에 따른 책임론 등을 내세운 현장조직들간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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