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인철 해오름동맹 원자력혁신센터장  
 

 

 미국 국립 보건원 뚜렷한 임무 있었기에 각종 R&D 결실
‘국립 에너지 혁신 연구원’ 기후재앙 예방 위해 반드시 필요
‘탄소중립 선도도시 울산’ 빌게이츠 아이디어 실현해보길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주인 빌게이츠는 게이츠 재단을 통해 국제적 보건의료 확대와 빈곤 퇴치, 교육 기회 확대, 정보 기술에 대한 접근성 확대 등 인류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게이츠 노트’(GatesNotes)라는 빌 게이츠 블로그를 운영하며 인류의 보건 및 빈곤 문제 해결에 대한 다양한 혁신적 생각들을 제시해 왔다.

최근에는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유행병의 비극이 우리가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현실이 되어 버려 글로벌 재난으로 확대 되었던 점에 비추어 또다른 유행병을 대비, 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기후 변화인 것이다. 사실 빌게이츠가 기후 문제를 처음부터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가장 큰 문제가 에너지 문제였고, 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기후학에서 1~2도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가장 최근 빙하기 때 온도가 겨우 6도 낮았다는 것을 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세기 말 4~5도 상승이 예상된다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세계의 온실가스를 제거하는데 필요한 기술,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라서, 깨끗한 전기의 생산과 저장을 기반으로, 식량을 재배하고, 물건을 만들고, 이동하고, 건물을 데우고 냉각하는 방식에 혁신적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학 연구에는 미국의 경우 연간 3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면서 청정에너지 연구에는 70억 달러만 (전세계 기준 연간 220억 달러, 세계 경제의 약 0.02 %, 미국 1개월 휘발유 소비량 수준)을 투자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에너지를 보건과 동등한 위치에 둘 때 370,000개의 이상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기후변화 해결에 혁신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빌게이츠는 새로운 조직인 ‘국립 에너지 혁신 연구원 (National Institutes of Energy Innovation)’의 설립을 제안한다. 단순히 연구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관리하는 부서나 사무국이 아닌, 훌륭한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육성하기 위해 실질적인 연구 조직이 필요하며, 그러한 성공적인 실례로 미국 국립 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을 들고 있다.

NIH는 세계에서 가장 큰 생명의학 연구 기금의 지원기관이면서, 이 지원을 받은 과학자들이 인간 게놈을 매핑하여 수십 가지 유전 질환에 대한 테스트 또는 치료를 실시해왔다. 80%이상을 전세계에 연구자에게 투자하며 직접연구비율도 20%에 이른다. 이들이 지난 50년 동안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자를 2/3로 줄였고, 1980년 이후 NIH 지원 연구는 150개 이상의 신약, 백신 및 기존 약물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는데 기여해왔다. NIH가 왜 이렇게 성공적이었을까? 라는 질문에 빌게이츠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임무가 있었기 때문에 였다고 강조한다. 몇 년마다 우선 순위를 바꾸는 정치인보다는 독립적인 연구자가 과학을 따르도록 하는 정치 지도자가 있었고 개별 기관과 연구 센터에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정책입안자들과 대중의 강력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빌게이츠는 국립 에너지 혁신 연구원의 설립안을 제시한다. (1) 목표와 책임이 있는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정치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별도의 기관으로 구성할 것, (2) 각 기관은 기초 연구에서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신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모든 측면에서 연구할 것. (3)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상 어디에나 위치하게 하고 관리만 하는 본부는 따로 두지 말 것, 아울러 혁신과 세금인센티브 및 청정에너지 기준과 같은 에너지 혁신 법 등을 통한 공공 정책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최근 “기후위기를 피하는 법”이란 책을 통해 탄소중립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면서 또한 코로나 백신을 통한 세상을 바꿔왔던 빌게이츠가 제안한 이 구상은 그래도 우리 세상에 대한 한줄기 희망이 있음을 확인하게 되어 다행스러울 뿐이다. 태화강 살리기로 환경을 개선하고, 게놈 연구로 보건분야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해수전지, 해상풍력과 초소형 원전으로 에너지분야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오고 있는 울산이 보다 먼저 빌게이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방인철 해오름동맹 원자력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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