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짜리 부품이 없어 연간 생산 7조8,000억원의 생산라인이 통째로 멈추는 웃지 못할 소동이 벌어졌다. 현대차 울산1공장이 지난 7일부터 일주일간, 그랜저·소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도 지난 12일 휴업했다. 그랜저·소나타에 들어가는 전원을 켜고 끄거나 경고음을 내는 구형 반도체는 평균 가격이 1달러다.

자동차가 처음 태어날 때는 ‘자동차와 반도체’라는 공식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이 전동화 추세에 돌입하면서 반도체 없이는 자동차가 굴러갈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엔진이 전기모터로 대체되면서 반도체가 차량 구동 전반을 좌우하는가 하면 각종 편의 사양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내연기관차 한 대에는 200개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반면 최근 등장한 전기차에는 400~500개, 자율 주행차에는 1,000~2,000개 정도 필요하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것 이라는 예측이 빗나가면서 비롯됐다. 반도체 업체들은 재택근무가 일상화 되면서 차량용 대신 노트북·태블릿·가전용 반도체 생산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2000년 하반기 부터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각하다.

한국의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98% 해외에 의존한다니 놀랄 일 이다. 한국이 당장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공략한다해도 결실을 보려면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수명이 15년 이상이어야 하고, 영하 40도 부터 영상 155도의 극한 조건을 견뎌야 한다.

미국 테슬라를 잡겠다는 현대차의 야심찬 계획도 반도체 부족으로 시작부터 발목이 잡혔다. 일본 도요타는 1989년 부터 히로세 공장에서 반도체를 양산했다. 도요타는 자체 양산한 반도체로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의 연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전장화·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긴 호흡으로 ‘안전한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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