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2 배출량 전국서 4번째로 많은 울산
전기분해 등 유용물질 전환 기술개발 통해
탄소중립 패러다임 전환 선도도시 되길

 

권영국 유니스트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사례가 속출하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내에서도 동절기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곤충의 이상 증식이나 아열대성 생물이 출현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하절기에는 기록적인 폭염이나 홍수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 변화의 대표적인 원인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가 대기 중에 배출되어 대기의 온도를 높이는 온실효과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국가온실가스 배출량 종합정보 시스템(NETIS)에 따르면, 대한민국 산업부문의 CO2배출량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0년에는 3억5,000만t에 육박했다. 특히, 울산광역시의 CO2배출량은 전국에서 4번째 규모로 4,200만t에 달한다. 

울산에서 배출하는 CO2의 절반은 석유 정제와 같은 석유화학산업 활동이 차지하고 있다. 울산은 여수, 대산과 함께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중심지로,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이 울산시 산업부가가치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폴리에틸렌(PE), PVC 등 플라스틱의 원료로 사용되는 에틸렌(C2H4)은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대표적인 기초유분으로, 석유화학산업의 핵심 공정인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해 생산한다. 하지만 현재의 NCC 공정은 높은 온도에서 운전되며 다량의CO2를 배출한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초유분 생산량이 2.9% 증가하면서 CO2배출량이 13.1% 증가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석유화학산업을 위해서는 CO2배출을 근본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신기술의 개발과 동시에 배출된 CO2를 업사이클링하여 에틸렌과 같은 석유화학산업의 기초유분을 생산할 수 있는 CO2활용기술개발 또한 필요하다. 

CO2배출저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산업의 주체인 기업들도 대책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CO2배출이 기업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탄소가 돈이라는 얘기다. 대한민국에서는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받고, 모자라거나 남는 부분을 시장에서 거래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유도하는 제도이다. 더불어 ‘굴뚝’에서 직접 CO2를 배출하는 산업체의 경우 CO2를 포집해서 처리하는 기술들을 개발해오고 있는데,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Carbon Capture & Storage, CCS)이다. 이는 산업공정에서 배출되는 CO2를 포집 및 수송하여 대량으로 저장하는 기술로, 석유나 천연가스 등 회수증진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저장소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저장 후 지질의 안정성, 생태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적용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CCS의 대안으로 CO2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Carbon Capture & Utilization, CCU) 개발이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광∙열∙전기∙바이오 등의 촉매반응을 활용한 기술들이 대표적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산에 따라 사회와 산업 전반이 전기화(電氣化) 되는 것을 고려할 때, 전기를 직접 활용하며 상온∙상압 조건에서 CO2를 전기분해하는 CCU 기술이 긍정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로, 전기분해기술을 활용하면 CO2를 석유화학산업에 유용한 에틸렌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울산시 전체 CO2배출량을 에틸렌으로 100% 전환 한다고 가정하면, 2020년 기준 약 1,300만 t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다. 울산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이 약 1,600만t인 것을 감안할 때, 전기분해 기반 CCU 기술개발을 통해 CO2배출이 현저히 적은 공정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50년 탄소중립을 천명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 중의 하나로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울산을 이산화탄소 자원화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CO2를 탄산칼슘 등의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공정을 실용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더불어 석유화학산업에서 CO2배출량이 많은 울산광역시의 산업 생태계를 고려할 때, 전기분해 등 다양한 CCU 기술개발을 통해 울산이 2050 탄소중립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는 도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권영국 유니스트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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