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처럼 기후 영향 받는 ‘농업’
작년 여름 역대 최장기 장마·태풍으로 1조2,585억 피해
‘농업재해보험사업’ 확충해 손실 보전·경영안정 도모해야
기후변화 극복 위한 신속한 재해 조치·예방책 등 필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연출하고 윤여정, 한예리 등 한국 배우가 출연한 영화 <미나리>에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민 2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속에서 든든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은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가꾸던 농장에 할머니 ‘순자(윤여정)'의 실수로 큰불이 나고야 만다. 만약 우리 농업인도 미나리 속 가족처럼 자연재해·질병·화재 등으로 열심히 일궈왔던 농작물을 잃어버린다면 그 마음이 어떨까?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농업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농업재해의 대부분은 기상이 직접 또는 간접적인 원인이 되는 기상재해이다.
기후 변화의 영향 탓에 지난해 여름 우리나라는 54일이라는 역대 최장기 장마와 전국 평균 강수량이 780㎜이상 내리는 이상기후를 겪었다. 당시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역대급 장마로 내린 폭우는 500년에 한 번 올만한 규모의 비였다고 한다. 이로 인해 많은 인적·물적 손실을 보았다. 지난해 장마 및 태풍피해로 약 1조2,585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지역 역시 작년 초부터 냉해 피해, 태풍 등 기후 악재까지 겹치면서 울주군 지역 특산물인 ‘울주배’ 생산량이 곤두박질친 가운데 미국 등으로 판매할 물량을 구하지 못하면서 수출 실적도 반토막 났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농산물 판로에 애를 먹은 농민들은 기상재해로 생산 현장마저 무너지는 고통을 받아야 했다. 태풍, 가뭄, 홍수, 냉해, 폭설 등이 최근에 빈도가 잦아지고 있고, 이러한 기상재해는 갈수록 상시화 되고 있어 날씨에 의지해 농사를 짓는 농업인에게는 기상이변이 영농현장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고, 미국과 유럽과 호주에서 예기치 못한 거대한 산불이 발생하고, 가까운 나라인 중국과 일본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를 겪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만 해도 그 자연재해들은 그저 우리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일 뿐 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로 서너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에서 저수지의 둑이 무너지고 산사태가 일어나 펜션을 덮치고 집중호우로 여러 마을들이 침수되는 장면들을 텔레비전으로 보았을 때 이제는 그 모습들이 그저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막 시작된 장마도 앞으로 도대체 며칠간 비가 내릴 것이고 또 얼마나 내릴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들기까지 한다. 이러한 두려움은 아무래도 기상 변화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최근 기상재해는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다. 본격적인 장마 시즌에 접어든 7월 5일과 6일 사이, 전남 일대에 최고 500㎜ 이상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쏟아진 장맛비로 전국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는가 하면 시설하우스 침수·파손으로 수확을 앞둔 작물이 큰 피해를 봤다. 특히 집중피해를 입은 전남지역 강수량은 기상청의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울산지역도 지난 6일 호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발효됐으나, 다행히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1~2017년 연평균 기온은 13.0℃로 이전(1980년대 12.2℃, 1990년대 12.6℃)에 비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여름철 집중호우(80㎜일 이상)도 증가하고 있고 한반도 주변 태풍빈도와 강도가 모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기후변화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농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인간이 통제하기 어려운 기후·병해충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어느 나라에서나 재해에 대비해 농업경영 안정을 위한 정책 수단을 마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이런 측면에서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자연재해에 따른 농가의 경영 위험과 소득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핵심 정책 수단으로 농업재해보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늦은 2001년부터 농업재해보험제도를 도입해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농가의 경영위기 극복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농작물재해보험의 평균 가입률은 39%에 불과하고, 영세소농의 가입률은 이보다 훨씬 낮다. 선진국처럼 농가 경영 위험관리의 핵심 장치로 농업재해보험제도가 정착되지 못한 탓이다.
따라서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자연재해로부터 농민의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고 경영 안정을 도모하려면 농업재해보험사업의 확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기상재해를 분석해 실시간 농업 기상정보 및 재해 사전예방 시스템 제공, 사후 대책을 보장하는 농업정책보험 등의 안전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매년 발생하는 농업재해 원인별 피해면적 추이를 살펴보면 2010년 이후 태풍·강풍으로 인한 피해면적이 넓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재해 피해는 시설농업 등 연중 진행되는 농업으로 인해 사계절에 걸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농업 생산기반 시설의 구조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내재해형 시설규격에 관한 고시 역시 지속적으로 개정돼야 하며, 농촌용수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농업 생산기반 시설, 재난·재해, 수자원 등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확충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작금의 기후변화는 예상치 못한 기후 재해로 나타나고 있고 그 빈도는 일상화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업 생산의 하락과 농작물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일으킬 수 밖에 없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속한 재해 조치와 장기적 재해예방책을 세우고 특히 농촌지역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선제적 농업 생산 계획과 다양한 재난대책이 필요하다.
최정훈 농협울산지역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