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국-일본 원자력 확대 수수방관 안돼
국민 안전 위해 ‘안전규제 선진화’ 나서야
한미원자력협정 발판으로 안전공동체 구성을 

 

 

황일순 UNIST 석좌교수·세계원전수명관리학회장

코로나로 일 년 연기되었던 동경올림픽이 7월 23일부터 막을 올린다.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이번 기회에 10년 전의 후쿠시마 사고로부터 일본이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기회로 십분 활용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지금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우리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후쿠시마 방사능 우려에 대해 구체적인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 동안 우리 정부는 현황을 파악하지도 못한 채 비판만 하다가, 일본 총리로부터 한국이 삼중수소를 더 많이 방출한다는 지적을 당했다. 일본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하여 첫 단계로 원자력발전을 현재 8%에서 2030년까지 22%로 올릴 계획 아래, 안전규제위원회가 정보공개에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49기의 원전을 가동하며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의 원전 가동 국가로 올라섰다. 중국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0년까지 150기 그리고 2050년까지 240기에 달하는 원전을 가동하여 전력의 15%를 충당할 계획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 원전에서 경미한 사고가 열 번 이상 일어났고, 안전에 직결된 고장까지 발생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지난 6월, 프랑스 원전설계사가 중국과 합작으로 건설한 원전의 핵연료 손상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미국의 도움을 요청했을 때에도, 중국 외교부는 그 사고가 경미하며 방사능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고에 대한 하인리히 법칙은 300번의 경미한 사고가 발생하고, 30번의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그 다음은 대형사고가 터진다고 했다. 

중국과 일본이 탄소중립과 심각한 대기 오염의 해결을 위해 원자력을 확대하는 것은 에너지와 환경의 주권이므로 우리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가 상명하복의 관료문화 속에서 안전규제의 부실로 인한 인재였다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진 이상, 이대로 수수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원전 안전을 위해서는 어느 나라든 유능하고 정직한 규제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치에 휘둘려서 검은 것을 검다고 하지 못하면 원자력 안전을 믿을 수 없게 된다. 정부가 가짜 뉴스에 휘둘려서 탈원전을 선언하고, 그 결과 세계 최고의 원자력산업이 사장의 길로 들어 선 상황의 원인을 찾는다면, 신뢰받지 못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국내의 탄소중립을 위해 소형 원전 개발을 비롯한 재기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이때 가장 시급한 숙제는 안전규제의 선진화일 것이다. 

미국의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은 후쿠시마 사고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11년 4월에 고리 1호기와 동형으로 설계 수명 40년에 달한 자국 원전 2기에 대해 20년 수명연장을 흔들림 없이 승인했고, 그 덕분에 오늘 원전 산업이 재기하고 있다. 돌아보면, 미국도 1979년 드리마일섬 원전이 멜트다운되는 사고를 겪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으나, 환골탈태로써 정치적 독립성과 기술적 정확성을 갖추어 지금에 이른 것이다. 

일부 유럽 국가들도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이 국민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문제를 안고 있다. 탈원전에 들어간 국가들의 경우에는 국민 불신이 더욱 강한 경향을 보여 왔다. 그 대책으로, 근래 들어 서유럽국가들은 안전규제를 상호 감시하는 체제를 만들었고, 안전정보 공개덕분에 상호 신뢰와 국민 신뢰를 모두 회복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이 원자력을 녹색에너지에 포함하려는 움직임은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없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머지않아 한중일 동북아 3국이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지역이 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국민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장 빠른 길은 먼저 후쿠시마 사고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미국과 상호감시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은 핵무기와 핵잠수함 개발과정에 심각한 사고들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가장 엄격한 규제제도를 확립했다. 

다행히, 지난 2015년에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에 양국은 안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서명한 바 있다. 이를 발판으로 한미원자력 안전공동체를 만들고, 아시아-태평양 원자력 안전공동감시체제로 다진 후, 단계적으로 일본과 중국을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동북아 3국이 미국과 함께 국민 안전과 지구 환경보존의 선진국으로 거듭 나기를 희망해본다. 

(황일순 UNIST 석좌교수·세계원전수명관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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