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투어(Grand tour)’는 17~18세기 유럽 상류층 자제들이 교양을 쌓기 위해 떠나는 유럽 대륙 순회 여행이다. ‘여행객’이라는 ‘tourist’도 이때 생긴 말이다. 그 옛날 여행을 하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였다. 주로 우울증 치료에 좋다는 이유를 댔지만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여행은 거의 만병통치의 치료술로 여겼다.
당시의 질병은 나쁜 물과 공기가 원인이라는 것이 의학적 설명이었다. 물과 공기가 오랫동안 정체 상태로 있으면 부패하여 나쁜 기운을 발산한다. 이렇게 해서 생긴 병은 공기가 바뀌면 나을 수 있으니 다른 지방으로 여행을 가면 병을 치료해 건강을 되찾는다. 게다가 이동 중에 마차의 요동으로 몸이 흔들리고 떨리면 신체 조직이 강하게 단련된다는 그럴듯한 설명도 나돌았다. 
그런데 최근엔 너무 많은 관광객이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휘졌고 다녔다. 세계의 자연을 망치고 사람들의 삶을 어지럽힌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2018년엔 스웨덴어로 ‘비행기 여행의 수치’라는 ‘플뤼그스캄(Flygskam)’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2020년 팬데믹으로 이 문제는 일거에 해결됐다. 전세계에서 비행기 여행객 수가 95%나 줄었다. 베네치아의 운하 물이 맑아졌다. 뿌연 공기 속에 가려져 있던 히말라야 고봉을 다시 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 하천에는 물고기가 늘었다는 뉴스가 들린다.
펜데믹이 지나가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기다렸다는 듯 해외 관광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사이 세계 억만장자들은 상업 우주 관광 붐을 지피고 있다. 영국  사업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오후 11시 40분(한국시간)부터 약 1시간 지구 상공 86km까지 도달하는 짧은 우주여행에 성공했다.
잇따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까지 이달 20일과 올 9월 지구 궤도 비행을 시도한다. 이들은 ‘지구상공 86km는 우주가 아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누구도 여행이라는 욕망을 누를 수는 없다. ‘가지말라’고 막을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건 ‘관광폭발 출구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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