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위기땐 노동시장서 ‘여성’ 퇴출 상황 흔해
일자리 확대·고용 안정·아이돌봄서비스 강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행정적 지원체계 마련해야

 

이미영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전염성 질환 앞에 삶의 큰 변화를 겪었고 그로 인한 변화에 지속적으로 대응해 가고 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 노력과 백신의 공급으로 코로나19는 안정화 돼 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변이 바이러스 발생 및 전염의 집단 발발로 인해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 어려운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른 지속적인 방역 필요에 우리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삶에 직결돼 있는 고용시장에서의 변화는 취약계층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정규직 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에 많이 참여하고 있던 사회적 취약 계층인 여성들에게 코로나19 상황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게 한다. 남성 중심의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울산의 경우 여성의 일자리는 타도시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남성의 일자리에 비해 빈곤한 형편이다. 이렇게 고용시장에서의 불안정한 위치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의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자의든 타의든 퇴출되는 상황이 된다. 

울산 여성가족개발원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여성 고용시장의 변화를 연구했는데, 코로나19는 가계의 경제위기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2020년)을 기준으로 코로나 전 후 소득 변화를 파악한 결과 맞벌이가 감소했고, 외벌이 비중이 증가했다. 외벌이 비중이 증가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돌봄의 부담이 코로나19 확산 이후에 증가한 것과 상관관계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성들이 아이들의 휴교, 휴원 등으로 인한 돌봄 부담의 증가로 일자리를 잃어버린 여성들이 많아 ‘shecession(she+recession)’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또한 지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고립감을 느끼거나 운동 부족, 외부활동 제한 등으로 인한 사람 사이의 교류 축소 등이 스트레스의 주된 요인으로 나타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면서 여성들에게 필요한 정책은 여성 일자리 확대와 고용의 안정성 확보, 여성이 주로 가정 내에서 담당하는 아이 돌봄에 대한 사회서비스 차원의 강화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의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일과 가정을 양립시킬 수 있는 제도의 확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가족친화인증 기업은 성평등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으로 기업 스스로 자발적 홍보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울산시와 시민단체가 적극 홍보해 주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변화된 돌봄 서비스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는 새로운 돌봄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둘째, 여성일자리 확대를 위한 지원방안으로 여성 취·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공간은 청년여성이나 경력단절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셋째,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여성이나 경력 단절된 여성,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여성, 일자리를 원하지만 아직도 한국이 낯선 다문화가족의 이주여성 등 일자리지원이 시급히 필요한 여성들에게 행정적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여성일자리 지원을 위한 지원 기관 설립 조례’를 마련해 여성일자리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영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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