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두었나/ 저렇게 빠른 날개를 가지고/ 한 번도 날지 못하네//  발목을 묶어/ 쇠창살에 가둬 두고/ 미풍 약풍 강풍/ 갖가지 바람을 떠먹이며//  날아보렴/ 날아보렴//  종일 돌고 도는 헛날갯짓 소리//  두리번 두리번/ 날아갈 틈을 찾는/ 저 새는 여름 철새//찬바람 불면 떠나야 한다네’ (김경선의 시 ‘선풍기’)
창밖 매미 소리가 꿈결처럼 들린다. 찬바람 불면 떠나야 하는 ‘여름철새’ 같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아련하다. 레일 위를 달리는 완행열차에 앉아 창밖 풍경을 보는 것처럼 평온하다. 
밤이 되어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날들이다. 열섬과 열돔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열섬은 말 그대로 도시의 기온이 섬처럼 주변 지역 기온보다 더 높은 현상을 말한다. 열돔은 대류권 고온이 대기압에 흐르지 못한 채 정체돼 마치 체육관 돔처럼 뜨거운 공기를 가둬 놓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온난화로 해류의 흐름이 불안정해지더니 하늘의 바람까지 불안전해진 것이다. 이는 냉각 원리가 이제 지구에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일까.
습도마저 높을 때의 ‘찜통더위’, 그렇지 않으면 ‘불(볕)더위’다. ‘거리두기’ 비상에도 더위 탈출 휴가 인파가 줄을 잇는다. 가로막아도 해수욕장엔 피서객들로 붐빈다. 여름휴가는 가족과 집에서 ‘안전한 휴가’를 권장하고 있지만 무더위엔 ‘마이동풍’이다. 
2016~2020년 5년간 통계에 따르면 7월 넷째주에 휴가철 빈집털이가 전체 빈집털이의 28%, 8월 첫째주와 둘째주가 25%로 나타났다. 요일별로는 금·토·일 사흘간 발생률이 전체의 46%에 이른다. 주말 앞뒤로 연차를 붙여 휴가를 많이 가기 때문이다.
침입 경로는 창문(45%), 출입문(33%), 베란다(22%) 순이다. 시간대별로는 밤 12시부터 오전 6시 사이가 전체의 67%로 가장 많다.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진다. 옛날엔 주로 인기척을 통해 빈집을 알아냈다. 최근엔 계량기 수치를 확인하거나 SNS, 무인 택배함 등을 통해 대상을 물색한다. 노림수엔 당할자가 없다. 끄지 않고 떠나 홀로 돌고 있는 선풍기만 빈집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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