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보였던 맑은 계곡물,희뿌옇게 변해
  하수구 같은 악취 진동…곳곳에 거품 일기도
“아이들 피부병 걸릴라 걱정…다신 가지 않을 것”
  郡, 유입 추정 경위 파악 못해…“비 오는 날 재점검”

 

   
 
  ▲ 지난 6월 울산 울주군 상북면 등억알프스리 온천교 아래 작천정 계곡물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오수에 뒤덮인 모습. (독자 제공)  
 

울산의 대표적인 피서지인 울주군 작천정 계곡에서 갑자기 악취를 내뿜는 오수가 흘러들어 물놀이를 즐기던 시민들이 봉변을 당했다.

지난 6일 가족들과 함께 울주군 상북면 등억알프스리 온천교 아래 작천정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던 A씨는 깜짝 놀랐다. 휴가철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고 있던 때였다. 위쪽에서 물놀이를 하던 사람들이 헐레벌떡 뛰어나오면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빨리 나오세요!”

영문도 알지 못한 채 아이들과 함께 뭍으로 빠져나온 뒤에야 A씨는 희뿌옇게 변해버린 계곡물을 발견했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았던 계곡물은 회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했다. 불투명한 오수는 경사면을 따라 계곡으로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이 시각적인 충격만큼 A씨를 공포에 빠뜨린 것은 코를 찌르는 악취였다. 화장실 하수구에서나 맡을 것 같은 ‘썩은 냄새’였다고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오수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계곡을 점령했다. 계곡 곳곳에는 거품이 일기도 했다.

A씨는 “가족들과 휴가를 맞아 근처 물놀이를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며 “깨끗한 계곡물인줄 알았더니 어디 누가 쓰다 버린 물이 흘러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며칠이 지났지만 아이들이 피부병이라도 걸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다시는 작천정 계곡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울주군은 ‘오수’의 흔적이나 유입 추정 경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11일 밝혔다.

울주군은 전날 가장 의심스러운 등억온천지구의 오수 펌프시설의 정상가동 여부를 확인했다. 등억온천단지 입구의 폐수처리장까지 이어주는 펌프시설인데, A씨가 물놀이를 했던 ‘온천교’와도 인접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울주군 관계자는 “당시 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오수가 차올라서 벽면에 ‘흔적’이 남게 된다”면서 “그런 흔적은 전혀 없었고, 펌프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수 유입 문제는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물이 흐르는 계곡 바위나 자갈 등에 어두운 갈색의 이끼가 끼게 된다”면서 “현장에서는 이끼 흔적도 확인하지 못해 이번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계곡 물이 말라 인근 우수박스에 쌓인 나뭇잎 등 찌꺼기가 부패해 있다가 소나기 등으로 한번에 쓸려 내려왔을 가능성도 있다.

또다른 원인으로는 등억온천지구의 사업장에서 청소를 한 물이 계곡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란 추정이다. 지하수를 이용해 마당 등 물청소를 하면, 그 물이 계곡으로 흐르게 돼 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던 지하수를 끌어올리면 지면의 퇴적물질로 불투명하거나 악취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해 씻어낸 물이 계곡으로 흘러가는 것은 ‘불법’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세제 등 화학물질을 사용했을 경우 계도 등 행정조치 대상이 되는데, 이번 사태는 이미 오염 물질이 계곡을 따라 흘러가버린 탓에 이를 확인할 방법도 남아있지 않다.

군 관계자는 “정확한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비가 오는 날에 맞춰 다시 한번 현장점검을 진행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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