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울주군 범서읍 대동6리 김정부 이장이 문수애시앙아파트와 인근 농가 사이의 해묵은 ‘닭 울음’ 민원을 해결한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김정부 울주군 법서읍 대동6리 이장 ‘소통으로 민원 해결’ 눈길
  수년째 ‘닭 울음소리’에 문수애시앙아파트 주민-사육 농가 갈등
  김 이장, 직접 농가 찾아 ‘설득’…일부 농가 사육 중단 약속 받아내
  아파트 주민에 닭 판매 해법 내놔…적극적 홍보 덕분 35마리 처분
“비용 들더라도 ‘상생’…비슷한 어려움 겪는 분들에게 도움 됐으면”

 

“세상 모든 게 관계에서 이뤄지는 거 아니겠어요? 일방적으로 불만을 털어놓는 건 소통이 아니잖아요. 입장 바꿔보면 어느 한쪽이 무조건 잘못한 일은 별로 없더라고요. 얼굴 마주보고 터놓고 대화하니까 되더라고요.”

올 4월 말 취임한 울산 울주군 범서읍 대동6리 김정부(55·사진) 이장은 최근 ‘소통’의 의미를 몸소 체감했다. 수년째 문수애시앙아파트 주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 ‘닭 울음’ 갈등을 해결하면서다.
이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닭 울음’은 익히 악명 높은 소음이었다.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2016년부터 ‘닭 울음’ 문제가 불거졌다. 도심 빌딩 숲에선 상상할 수 없는 ‘자연의 소리(?)’였지만, 농사가 한창인 밭을 바로 눈앞에 볼 수 있는 이 아파트의 사정은 달랐다. 서늘한 날씨에 창문이라도 열어놓을라 치면 한밤중 울려 퍼지는 ‘닭 울음’은 어김없이 주민들의 잠을 방해했다. 해도 뜨지 않는 오전 3시부터 어느 한 수탉의 울음으로 시작해 여럿이 합창도 하면서 오전 5~6시까지 끊이지 않았다. 시커먼 밤을 뚫고 퍼지는 그 울음은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낼 지경이었다.
‘숙면’을 잃은 주민들은 결국 폭발했다. 울주군에 민원도 제기했지만, 이렇다 할 방법은 없었다. 주거지 인근에 가축 사육을 제한하는 조례가 있긴 하지만, 10마리 안팎의 닭을 키우는 농가는 제재 대상(기존 20마리 초과)도 아니었다. 민원이 접수되면 울주군청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 농가 주인을 만나 ‘주의’를 호소하는 게 전부였다.
닭 울음소리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주민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반면 수시로 군청 공무원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들어야 했던 농가들도 차츰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김정부 이장은 취임 직후 우선 아파트 주변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닭이 사육되고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역시나 눈에 보이는 농가가 전부는 아니었다. 구석구석 농가 6곳에 수십마리의 닭이 있었다.
그 다음은 농가 주인에게 ‘얼굴 도장’을 찍는 일이었다. 전화가 안 되면 편지를 남겼고, 하루 종일 지켜보고 있다가 주인이 밭을 둘러보러 오면 발에 불이라도 날 듯 뛰어가서 인사를 했다.
“처음에는 엄청 적대적이었어요. ‘내가 왜 만나야 하느냐’며 얼굴도 보려하지 않았어요. 계속 인사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씩 다가갔죠. 차도 한잔 할 정도로 말을 트고 난 뒤에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어요. ‘닭 울음소리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수년째 민원에 시달린 농가 주인들은 아파트 주민들이 예민하다고 생각했다. 이 동네에 살지 않는 이들은 한밤중 닭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이장은 매일 오전 3~5시에 찍은 동영상을 보여줬다. ‘와, 이렇게 심했어요? 힘드셨겠네.’
일부 농가가 더 이상 닭을 키우지 않겠다고 했지만, 키우고 있는 닭을 처분하는 게 골칫거리였다. 김 이장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알렸다. ‘토종닭 사실 분~! 도축 비용까지 포함해 1마리당 3만5,000원.’ 닭은 순식간에 팔렸다. 범서읍 행정복지센터는 도축장까지 차량을 지원했다. 6~7월 3차례에 걸쳐 이렇게 처분된 닭은 35마리에 이른다.
“처음에 주문하던 분이 또 주문하고, 입소문도 나면서 공지 글을 올렸다하면 1시간도 안 돼서 다 팔렸어요.”
일반적으로 수탉이 우는데, 이제 남은 수탉은 농가 2곳에 각각 1마리씩 2마리뿐이다. 유정란을 위해 수탉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주인의 뜻을 존중했다. 대신 주인은 수탉은 1마리만 유지하고, 밤새 암탉과 분리하는 등 닭 울음소리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김 이장은 농가가 처분할 수 없는 닭이 있으면 언제든지 아파트 주민들을 통해 ‘구입’하기로 했다.
김 이장과 농가의 ‘소통’은 다른 민원 해결로도 이어졌다. 농가 주변에는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산책로가 있는데, 이 입구에 양봉을 위한 벌집이 있어 ‘벌쏘임’ 사고도 심심찮게 일어났던 것. 농가 주인은 최근 벌집을 가장 안쪽으로 옮기기로 했다. 비용이 들더라도 ‘상생’을 택했다.

김정부 이장은 “진심으로 소통하면 안 될 거 같은 일도 해결책이 보이더라”면서 “저희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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