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주변 심도 9m 토양·물 시료서
세슘-137 최대 0.37㏃/g…허용농도보다 3배 가량 높아
원안위 “원 설계와 달리 시공돼 차수 기능 제대로 수행 못해”
울산탈핵단체 “방사능 누출 2·3·4호기 가동 즉각 중단하라”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전 일부 부지 내 토양과 물에서 세슘-137과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과 현안소통협의회가 조사한 삼중수소 제1차 조사 경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발표대로라면 핵분열 생성 물질 등의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차수구조물의 하자가 확인된 1997년부터 최대 20년 이상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0일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과 현안소통협의회가 조사한 삼중수소 제1차 조사 경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공개하며 월성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조(SFB) 주변 토양·물 시료에서 방사선 핵종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조사단의 발표를 보면, 월성 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주변 심도 9m가량의 토양 시료에서 감마핵종인 세슘-137이 최대 0.37㏃/g 검출됐다. 고준위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의 자체 처분 허용농도(0.1㏃/g)보다 3배가량 많은 양이 나온 것이다. 같은 심도의 물 시료에서는 삼중수소 최대 75만6,000㏃/L, 세슘-137은 최대 0.14㏃/g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단은 “1997년에 월성 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차수막이 원 설계와 달리 시공돼 그 시점 이후부터는 차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용후핵연료 벽체 저장조의 누설수에서 나타나는 삼중수소 농도(15만~45만Bq/L)보다 주변 물 시료의 농도가 높게 측정되고 감마핵종도 검출돼 추가 유입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 한수원이 설치한 해안 측 지하수 관측 공(심도 약 20m)에서는 유의미한 삼중수소, 감마 핵종 농도 변화가 관측되지 않았다”며 “지하수로 부지 내 방사성물질의 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하수 흐름을 분석 중이며, 현재 방사성물질의 외부환경 유출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정밀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누출 의혹이 처음 불거진 뒤 ‘부인’ 또는 ‘비공개’ 입장만을 고수하던 원안위가 월성원전 부지 내 방사성 물질 유출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설 과정부터 위험성이 예견됐고 유출 제보가 쏟아졌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었다. 지난 2013년에도 월성 3호기 일부 관측정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고, 2017년부턴 검출 농도가 크게 높아졌으나 월성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19년 5월에야 ‘삼중수소 현안 특별팀'을 꾸렸고 이후 조사 결과는 비공개하다가 올 3월에야 민간조사단을 구성해 이번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이와 관련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원안위는 방사능 질질 새는 월성 2·3·4호기 가동을 즉각 중단하라”면서 “한수원은 월성 2·3·4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하고, 즉각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를 스테인레스로 전면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방사성 물질이 부지 내에서 장기간 누출되었는데, 누구보다도 월성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 영향이 우려되고, 2차로 지역주민 건강 영향이 우려된다”며 “원안위와 한수원은 월성핵발전소에서 일한 이력이 있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 조사와 건강 영향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아울러 주민건강조사와 주민건강 영향 역학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조사단이 2023년 초까지 월성핵발전소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그 사이에 노동자와 주민은 피폭된다”면서 “원안위는 핵발전소 가동중단 조치를 취하고,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방사성 물질 누출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