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진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아프가니스탄은 미군의 철수와 탈레반의 재집권, 아프간 특별공로자 한국 입국작전 성공 등 최근 우리가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한 나라이다. 한 동안 관심에서 멀어졌던 이 나라는, 이란, 파키스탄, 중국 등 5개국과 국경을 두고 있는 내륙국가이다. 아프간 사람들은 페르시아, 마케도니아, 몽고의 지배를 거치고, 19세기 이후 영국과 러시아(舊 소련), 미국까지, 강대국의 침략과 내전까지 겪으며, 그들의 다채로운 문화적 전통과 유적은 사라져갔다. 그리고 아프간 이슬람교 수니파의 무장 정치조직 탈레반의 오랜 집권은, 타 문화와의 융합이나 수용을 통한 변화의 가능성을 막았던 내부적 요인 중 하나였다. 그래서 이어진 탈레반의 재집권은, 무엇보다 여성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리라 예상하고 있다.

그간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다양한 나라의 자연과 삶의 모습을 소개해왔는데, 아프가니스탄과 관련한 영화들은 대부분 여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난민이면서 조혼(早婚)의 관습에 저항하며 래퍼를 꿈꾸는 소녀의 이야기 <소니타>(2018 상영)를 소개한 바 있고, 아프가니스탄 최고봉 노샥봉 등반에 도전하는 여성 13인의 이야기 <아프가니스탄을 오르다: 여성의 외침>(2019 상영)을 소개한 바 있다. 아쉽게도, 이 영화들의 재관람은 현재 국내에서 쉽지 않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소개하지 않았으나, 아프간 여성에 관한 영화로 OTT서비스를 통해 <파르바나: 아프가니스탄의 눈물> 애니메이션을 관람 할 수 있다. 가장(家長)이라는 뜻의 원제 에서도 추측할 수 있듯이, 학교 선생이었던 아버지가 교도소에 끌려가고, 남은 가족을 위해 남장을 하며 고군분투하는 11살 소녀 파르바나의 이야기이다. 부르카를 쓰더라도 남성의 동반 없이 외출도 힘들었던 탈레반 집권기 여성의 현실은, 그들이 재집권한 현재에 다시 이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또한 이 애니메이션이 담고 있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즉 액자식 구성으로 담아낸 술레이만 소년의 모험담은, 체제와 제약에 굴하지 않고 극복해내는 동화로, 아프간 여성을 넘어 코로나-19 시기를 버텨낼 용기를 가지라고 우리에게 시사한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이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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