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솔 최현배 선생 고향 자부심 앞세워 다양한 사업 추진
중구,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 위해 연구용역 등 박차
소통‧지역 연관성 부족으로 갈등 도출‧우려 목소리
외국어식 표현 공공언어 개선에도 고민‧노력 필요

9일은 제575돌 한글날이다. ‘한글’은 외솔 최현배 선생 고향인 울산에서 더 뜻 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울산은 한글 축제 실시, 한글문화특구 지정 추진 등을 통해 ‘한글문화 중심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은 잘 모른다. 우리 동네에 외솔최현배선생기념관이 있고, 옆 동네에서 한글날 행사를 열어도 “‘한글도시’가 뭘까”라는 의문이 든다. 울산이 한글도시 실현을 위해 어떤 것을 해왔고, 이 과정에서 나온 목소리는 무엇인지,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을 짚어본다.

#울산, 한글도시 표방=산업도시, 관광도시, 수소도시 등은 울산을 일컫는 말들이다. 이중에서도 최근 들어 더 부각되고 있는 이름이 있다. 바로 ‘한글문화 중심도시’다.
울산이 ‘한글’을 선택하게 된 배경은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외솔 최현배 선생에 있다. 울산 중구가 외솔 고향이기 때문이다. 이는 울산이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어학회 간사장을 맡고, 광복 후 문교부 편수국장으로서 한글 교과서 제작 등으로 우리나라 말글정책을 세운 한글학자가 태어난 지역이라는 자부심이다.
이에 외솔 업적을 기리고자 외솔기념관·외솔한옥도서관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도 뒤따르고 있다.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우리말을 보다 잘 사용할 수 있도록 2019년 11월 ‘울산광역시 국어 진흥 조례’를 ‘울산광역시 국어 사용 조례’로 전부 개정했다. 또 지난해 ‘국어 바르게 쓰기 위원회’를 만들어 올바른 국어 사용에 대한 기준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이밖에 그동안 한글문화예술제 명칭을 ‘외솔한글한마당’으로 새롭게 바꿔 실시하는 등 한글사랑 문화를 여러 정책에 녹여내고 있다.

#모빌리티→이동수단, TF→특별 전담 조직…행정용어부터 한글로=울산은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줄이고, 쉽고 바른 공공언어 개선으로 시민 소통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울산교육청은 기후위기대응 교육 관련 보도자료에서 ‘텀블러’를 ‘통컵’으로 쓰며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외국어 사용을 최소화했다. 중구청은 울산큰애기 노래 관련 자료에서 ‘후크송’을 ‘맴돌이곡’으로 바꿔 썼는데, 어색할 수 있는 우리말과 외국어 간극을 줄이고자 외국어는 괄호 속에 따로 적었다. 흔히 쓰이는 ‘콘텐츠’란 말을 ‘꾸림정보’라고 바꾸기도 했다.
이 가운데 다소 ‘거북하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말로 바꿔 쓰는 게 물론 옳은 일이지만, 매일 발전하고 변화하는 언어 특성상 국어만 고집한다는 게 어색할 수도 있다. 일부 세대를 제외하고 사실상 ‘텀블러’ ‘후크송’ ‘콘텐츠’란 단어가 더 익숙한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한글문화연대 관계자는 “우리나라 공용어인 한국어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표현하는 게 맞다”며 “그렇게 하는 게 공공기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편하게 써오던 외국어 표현을 바꾸기 위해 일선 담당자의 노력과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이럴 때는 모두가 통용할 수 있는 용어를 기관에서 창의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글역사문화특구 노리는 울산…구역 선정 논란 등 숙제=‘한글역사문화특구’가 울산에 들어설 수 있을까. 울산 중구는 외솔 고향 지역답게 최근 한글도시 선포식을 시작으로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글을 주제로 한 특구 지정 추진은 기초단체 단위로는 전국에서 첫 시도다. 외솔 생가가 있는 병영동 중심으로 중구 전체를 한글문화특구로 지정하는 게 목표다. 현재 예산 5,000만원을 들여 관련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용역이 조만간 마무리 되면 연말께 중소벤처기업부에 특구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고작 첫발을 뗀 단계인데, 특구 지역 선정을 놓고 의견차가 나오는가하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문제는 특구 지정에 있어 시민들이 정확히 알고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갈 게 없다. 여기저기서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모든 것은 우리말을 사용하는 시민들 일상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한글 사업 대부분 홍보활동에 그치거나 단순행사 성격인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중구 병영 일원에 한글도시 상징성 제고를 위한 환경개선사업 등 구체적 사업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뿐만 아니다. 특구 구역 설정 관련 민원은 벌써 나왔다. 원도심이 한글역사문화특구에 포함되면 외솔 관련성이 없고 장소성 부재로 사업이 실패할 것이라는 것이다. 담당지자체인 중구와 일부 주민들은 이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 추진 등 한글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올바른 방향은 “우리말부터 제대로 쓰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사업 추진에 있어 외솔뿐 아니라 한글창제 정신 자체가 잘 녹아나도록, 그래서 이를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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