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봉 부산지방병무청장

국가 존립, 수호 의지·국방력 받쳐줘야 보장돼
병역 문화·처우개선에 지속적 관심·동참 필요
병무청, 인식전환 위해 ‘병역명문가 사업’ 추진
병역의무 이행자들의 헌신과 노고 잊지말아야

 

몇해 전 구한말 의병의 삶을 박진감 있게 다룬 ‘미스터션사인’이라는 드라마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제국주의 열강에 의해 국권을 잃어가는 조선과 그 시대를 살다간 다양한 인간의 모습이 사실감 있게 그려졌다. 교과서 사진 속 의병들의 목숨을 건 희생과 저항 정신이 온전히 스크린 속으로 옮겨졌으며, 다른 편에서는 일제의 침략에 협조해 국권 상실과 동족 위해(危害)에 앞장선 친일파의 날 것 그대로의 악랄함이 우리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수많은 명장면 중 지게꾼인 의병의 대사를 잊을 수 없다. “돈도 안되는 의병을 왜 하냐”의 물음에 제국주의 열강의 이권침탈로 조선이 처한 상황을 일러주면서 “그렇지만 이런 나라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 민족은 고조선부터 현재까지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강한 국토수호 의지로 줄곧 외세에 저항해 왔다. 수당(隋唐)의 대군에도 당당히 맞섰고, 임진왜란 때엔 필생즉사(必生則死)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로 목숨을 걸었다. 또한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을 향한 총소리가 청산리를 덮었으며, 한국전쟁 때엔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많은 젊은이가 목숨을 던졌다. 국란 앞에선 의병의 이름으로, 독립군, 학도의용군 또는 국군 등 다양한 이름으로 결연한 의지로 뭉쳐 맞서왔다. 그래서 5000년 역사의 대한민국을 지켜왔다 할 것이다. 
국가의 존립은 국민의 강력한 국토수호 의지와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국방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보장될 수 없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뉴스를 접하면서 미군이 철수를 선언한 지 불과 얼마되지 않아 소수인 탈레반에게 정부군이 저항다운 저항 한차례 없이 굴복한 데서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국토수호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생각하게끔 한다. 미국의 전폭적인 경제·군사 지원과 절대적인 병력 우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마음에 내 나라를 지키겠다는 단호한 결의가 자리잡고 있지 않다면 그건 한낱 파도 앞에서 허물어지는 모래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하겠다. 
병무청은 병력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적정 충원으로 국가안보에 기여하기 위해 병역판정검사, 현역병 입영, 사회복무요원 소집 및 병력동원소집 등의 병력동원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징병제 국가인 우리나라는 법령에 따라 모든 남성이 병역의무를 진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는’ 게 아닌 자진해서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는 문화의 확산과 병역을 이행한 사람이 존경받고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평화로운 시기엔 이런 게 체내에서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국토수호 의지를 다지는 백신 역할을 하며, 국가 위기상황 발생 때 촉매제가 돼 강한 전투력으로 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항상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람에 대한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하고, 병역문화 및 처우 개선에 지속적인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 하겠다. 
병무청에서도 병역이 자랑스러운 사회 분위기 조성과 병역을 마친 사람 그리고 병역을 이행할 사람 모두가 존경과 예우를 받을 수 있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영주권자 등 입영희망신청제도’로 자진 병역이행을 독려하고, 입영을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킨 입영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병역의무 이행 응원메시지 보내기 캠페인, 공정병역콘텐츠 공모전 등 병역이행의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 중에서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에 대해 지면을 빌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은 병역을 명예롭게 이행한 사람이 존경받고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2004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병역명문가’는 아버지, 아들, 그 아들의 아들이 3대에 걸쳐 현역군인으로 병역의무 이행을 성실히 마친 가문을 말한다. 즉, 나라사랑을 실천해오고 있는 가문이라 하겠다. 해를 거듭할수록 병역명문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18회차를 맞이한 올해까지 전국적으로 7,631가문이 병역명문가로 선정됐으며 이 중 부산·울산지역은 604가문이다.
매년 병무청에서는 병역명문가로 선정된 가문 중에서 공정한 심사를 거쳐 대통령, 국방부 장관, 병무청장 등 표창장과 상금을 수여해 격려하고 있다. 또한 병원·문화시설 등과 기관 간 업무협약 체결을 통한 이용료 감면, 병역명문가 사망 시 병무청장 명의 조화 전달, 병무행정 참여 기회 부여 등 이 분들에 대한 예우와 자긍심 고취에 힘쓰고 있다. 
특히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등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받아 ‘병역명문가 예우에 관한 조례’를 제정,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 보건소, 장사시설 등을 병역명문가가 이용할 때 이용료를 감면해 주고 있다. 앞으로도 지방자치단체 조례 제정을 협조할 뿐만아니라 다양한 민간업체와도 업무협약을 통해 병역명문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지난 7월 2일 제68차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는 우리나라 지위를 그룹A(아시아·아프리카)에서 그룹B(선진국)로 변경하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미스터션샤인 속 지게꾼인 의병이 말한 “이런 나라라도 뺏기지 않으려고 한다”는 그러한 초라한 나라에서 전세계 국가를 선도하는 위치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선진국이란 단순히 GDP(국내총생산)가 높아서가 아니라 국민의 강력한 수호 의지와 실행할 수 있는 국방력 바탕 위에서 경제적 문화적 번영을 꽃피울 때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한 바탕에는 병역명문가처럼 묵묵히 병역을 이행한 많은 분들의 헌신과 노고가 함께 녹여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작년부터 코로나19로 병역명문가 증서 수여식을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부득이 방문과 우편으로 교부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병역명문가를 현장에 모시고, 그 헌신과 노고에 감사를 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병역명문가 여러분의 헌신에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윤주봉 부산지방병무청장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