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아마존웹서비스(AWS) 매니저

UNIST ‘게놈 프로젝트’…만명 참가자 정보 수집·해석 게놈 지도로 한국인 유전 특징 등 건강상태까지 확인돼
울산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로 성장·활용되길

 

요즘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연일 화제다. 얼마 전 다녀온 뉴욕 출장에서 입국장을 통과한 후에 내가 처음 받았던 질문도 바로 이 ‘오징어 게임’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신 한국에서 왔으면 오징어게임을 봤냐? 너무 재미있더라 너도 실제 하는 게임들이냐 뭐 대충 이런 이야기였다. 자연스럽게 ‘미나리’와 ‘설국열차’ 같은 다른 컨텐츠 이야기가 이어졌고, 그 다음으로는 불고기로 대표되는 코리안 BBQ 이야기로 이어졌다. 
나는 영웅본색과 강시 영화를 보며 자랐고, 일본 문화를 개방하면 큰 일 난다고 걱정하던 시기를 거쳐 어느새 욘사마와 보아가 그리고 카라가 현해탄을 건너가 열도를 휩쓸던 모습을 목격하면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이제는 싸이를 거쳐서 BTS가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UN총회에서 개최 연설도 한다. 이런 한국의 컨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점점 힘을 가지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 문화의 우수성 때문일까? 문화라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문화 자체의 우수성 보다도 가지고 있는 것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았던가. 
데이터 역시 비슷하다. 좋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것도 중요하고,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능력을 가지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바로 백신이 만들어지고 최종허가를 받아 실제 접종이 됐던 그 과정이다. 대표적인 제약회사로 화이자와 모더나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공통적으로 mRNA 방식의 백신을 만드는 이 두 회사는, 동시에 언급되는 것 자체가 놀라울 정도로 역사나 규모 면에서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겨우 10년 조금 넘은 모더나라는 회사가 170년이 넘은 화이자라는 회사와 동일하게 세계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능력이다. 
신약을 만드는 과정은 데이터 수집과 활용의 연속이다. 타깃이라고 하는 질병을 치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찾아내고, 이 유전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이후에는 사람에서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임상실험을 하게 된다. 화이자는 이런 과정을 수도 없이 경험하면서 내재화된 다양한 데이터도 가지고 있고, 역량을 가진 인력도 많이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모더나는 어떻게 이런 체급의 차이를 극복하고 다른 유수의 제약사들도 하지 못한 것을 해냈을까? 바로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등의 기술들을 가지고 이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빠르게 분석하는 활용 능력 덕분이었다. 
이번 출장은 국내 모 제약사와 함께 AWS와 함께 협력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이런 R&D 역량을 벤치마킹하고 협력방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오징어게임이라는 컨텐츠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 6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인기순위 1위 컨텐츠가 돼 가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그 인기를 먼 타지에서 실감하는 순간 내가 가진 데이터를 어떤 플랫폼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와 파급력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올해 봄 울산에서도 반가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바로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에서 진행한 ‘울산 만명 게놈 프로젝트’에 만명의 참가자들, 정확하게는 건강인 4,700여명과 질환자 5,300여명 등 모두 1만44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게놈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해석까지 완료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런 게놈 지도를 통해 한국인의 유전적 특징을 이해하게 됨으로써 특정 질병 원인의 변화를 더 정밀하게 찾는 분석에도 활용될 수 있고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은 물론 지금 내가 얼마나 건강한지도 알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흔히 데이터는 21세기 유전이라고 하기도 하고, 게놈은 바이오산업의 반도체라고 불린다. 그 만큼 부가가치가 크고 중요한 자원이자 기술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데이터가 확보됐고, 해석까지 완료해 그 결과가 발표됐다고 하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하지만 이것이 ‘오징어게임’처럼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남았다. 이제는 이 경험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이런 게놈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분석 인프라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앞으로 있을 많은 관련 연구과제들을 통해 새롭게 쌓여갈 데이터와 활용 경험을 어떤 플랫폼에서 어떻게 최대한 확산시켜 활용하느냐에 따라 ‘오징어게임’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 결정되지 않을까? 
나는 부디 이런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강력한 K-컨텐츠들이 만들어지길 바래본다. 데이터가 21세기 유전이라고 한다면 석유화학산업과 함께 자동차 선박 등 다양한 산업들이 성장하면서 울산이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이 게놈 프로젝트가 울산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나아가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성장하고 활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경훈 아마존웹서비스(AWS)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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