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 공사·공유수면 매립·농경지 성토재, 토양오염우려 기준 적용 예외”
환경오염 방지시설 갖춘 폐기물매립시설에 엄격 적용한 것과 배치
일선 현장 “기준치 초과 오염폐기물 적발·지도할 명분 없어” 비판
사람의 건강이나 재산, 동·식물의 생육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토양오염의 기준이라는 게 있다. 환경부령으로 정해진 이 기준을 일부 성토지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유권 해석을 환경부가 내놓으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환경오염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울주군에 따르면 지난 4월 울주군 삼남읍 상천리 일원에서 폐주물사와 광재 등이 성토된 현장이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위반해 적발됐다. 금속물질을 녹여 형틀에 굳히는 방식으로 ‘주물’을 만드는데, 이때 버려지는 형틀의 토사를 ‘폐주물사’라고 한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에 입주해 있는 폐기물재활용업체 2곳이 울주군 삼남읍 상천리 일원의 부지에 허가를 받고 이들 폐주물사를 성토했는데, 이 토양에서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토양오염우려기준은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고, ‘2지역’으로 분류된 이곳의 카드뮴 기준치는 10㎎/㎏. 성분 분석 결과 검출된 카드뮴은 기준치의 30배 가까운 294.7㎎/㎏로 확인됐다. 성토된 오염 토사는 총 2만t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침출수로 인해 주변 토양 오염도 확인됐다.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오염물질을 산화하는 데 드는 산소의 양)이 환경기준상 ‘매우 나쁨’ 기준인 10㎎/ℓ의 약 90배 수준인 892.8㎎/ℓ로 분석된 것이다.
울주군은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의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자의 준수사항’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준수사항에는 토양오염물질의 경우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별표3에 따른 지역별 토양오염우려기준 이내’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성토재 등으로 재활용하는 유형(R-7)에 ‘인·허가 받은 토목·건축공사의 성토재·보조기층재·복토재·도로기층재·채움재 등으로 재활용하는 유형(R-7-1)에 해당한다고 봤다.
개인 주택부지 공사 현장에 폐주물사를 성토했다가 폐기물 재활용 기준을 위반한 업체에 행정조치를 한 경남 밀양시가 행정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것도 참고 대상이었다.
울주군은 업체 2곳에 원상복구 조치명령을 내렸고, 사법 처분에 대해서는 진행 중이다.
해당 업체들이 이 행정처분에 반발하며 행정심판을 제기, 기각되자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는데, 문제는 이들이 제출한 환경부의 유권해석이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환경부가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의 성토재 등 재활용 유형 가운데 △인·허가 받은 토목공사의 성토재·도로기층재 등으로 사용 △공유수면의 매립면허를 받은 지역의 성토재 또는 뒷채움재로 사용 △농경지의 성토대로 사용 등 3가지 유형에는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폐기물매립시설의 복토재 등에 대해서는 기준을 적용한다고 돼 있다.
환경오염 방지 시설이 갖춰진 폐기물 매립시설에는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지역인 농경지나 토목공사 현장 등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같은 유권해석과 함께 토양오염우려기준 적용 지역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공문도 지자체에 전달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주물사 등은 시멘트처럼 굳어지는 경화과정을 겪고, 중금속이 누출되지 않는 형태로 배출이 가능하며, 다른 토양과 5대 5로 혼합하게 돼 있어 주변 토양을 오염시킬 우려도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폐기물매립시설의 경우 폐기물과 복토재의 구분이 어려워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행규칙 개정에 대해 “대법원 판례(밀양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적발이 이뤄지고 있어서, 토양오염우려기준 적용을 명확하게 명시하고, 폐기물 처리과정과 사후 관리 등 내용을 담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대법원 판단과 전면으로 배치되는 유권해석과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는 환경부의 행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 초 울주군이 적발한 사례와 같이 침출수를 통한 주변 토양 오염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 지자체의 환경 관련 관계자는 “토목공사 현장이나 농경지의 토양오염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환경부가 효율성 등을 앞세운 재활용업체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거 아니냐”며 “앞으로 기준치를 초과해 성토되는 오염 폐기물들을 적발·지도할 명분을 없애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울주군은 이날 상천리 일원 성토 문제와 관련해 행정소송에 대비해 전북 익산의 폐주물사 등 성토 적발 현장을 방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