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동래지사 팀장

의료인·법인 명의 빌려 ‘불법의료기관’ 운영 적발
경찰 수사 의뢰해도 장기화로 증거인멸·재산은폐
공단서 수사 가능한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해야

 

의료지식이 없는 국민들은 병·의원을 방문했을 때 의사의 말이나 지시에 따라 처방을 받거나, 수술을 받는다. 그런데 찾아간 의료기관을 믿을 수 없다면 불안할 것이다. 만일 그 병·의원이 불법적으로 세워진 의료기관이라면 아무도 진료를 받으러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법개설 의료기관이 실제로는 존재하고 있는데도 환자들은 진료를 받으면서도 그 사실을 알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나 의료법인 외에는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의료기관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이다. 불법개설의료기관이란 「의료법」에 허용된 개설 주체가 아닌 비의료인이 의료인이나 법인 등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불법의료기관을 말한다. 의사가 아닌 사무장이 운영한다고 해서 일명 ‘사무장병원’으로 불린다. 
불법개설 의료기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뒷전으로 하고 사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수준 낮은 의료장비를 사용하고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과잉 진료를 하고 엉터리 진료로 수술할 필요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신체적 부위를 해치는 비도덕적 행위를 하는 등 자신들의 수익창출 극대화를 위해 국민을 볼모로 삼아 의료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불법의료기관에 대한 위해성을 확인하기 위해 2018년도 기준 국민건강 위협 요소와 운영형태 등을 일반 의료기관과 비교 분석한 내용이 있다. 자료에 따르면 의료인 1인당 관리 환자 수가 일반 의료기관이 6.7명인데 반해 불법 의료기관은 10명이고, 병실당 병상 수도 3.35개인 일반 의료기관에 비해 불법의료기관은 5.35개에 달한다. 그리고 불법의료기관은 일반 의료기관에 비해 6개월 내 이직률이 두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불법의료기관은 의료인력은 부족하고 이직률이 높으며, 과밀병상 운영 등으로 적정의료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없고, 감염병 관리에도 취약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주사제와 항생제 처방률이 1.4배 높아 국민의 건강과 안전관리에도 취약함을 알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험자로서 국민들이 납부한 건강보험재정을 성실히 관리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공단은 불법개설 의료기관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직원들의 적발역량을 강화하고 특화된 전문성 및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행정조사 경험자, 전직 수사관, 변호사 등 200여명의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전국적인 조직망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개설 의심기관 분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공단이 이러한 전문성과 인프라를 활용해 불법개설 혐의가 있는 의료기관을 조사해서 적발하더라도 불법의료기관으로 최종 확정하기 위해서는 자금 흐름을 조사할 권한이 필요한데, 공단은 수사권이 없어 경찰과 정부에 의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사무장병원 혐의 입증은 신속한 수사와 전문성이 중요함에도 조사권이 있는 경찰과 정부는 보건의료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고 인력이 부족해 강력사건 등 타 이슈사건을 우선적으로 수사하게 된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사무장병원 수사는 대부분 장기화(평균 11개월)되고 수사단계에서 증거인멸과 재산을 은폐해 불법적으로 취득한 진료비를 환수하기가 어렵다. 또한 수사결과가 올 때까지는 사무장병원에서 진료비를 청구하더라도 지급 보류가 불가능하다. 공단에서는 2009년부터 2020년까지 1,632개소의 불법의료기관을 적발하고, 3조5,000억원의 진료비를 부당이득금으로 결정했음에도 이러한 이유로 실제 진료비를 회수하는 비율은 5%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 감지시스템과 사무장병원에 대한 특화된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풍부한 현장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서 「사법경찰직무법」개정안이 입법 발의돼 추진되고 있으나, 여·야 의견대립 등으로 미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0월 6일에 있었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사무장병원 근절 방안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수년째 국감 단골 메뉴로 등장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공단이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받을 경우, 불법개설의료기관을 효율적으로 단속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누수 방지와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사무장병원 신규 진입 억제와 자진퇴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사법경찰직무법」이 하루속히 개정되기를 희망한다. 

김영삼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동래지사 팀장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