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의 100배에 달하는 벤젠을 배출하고도 이 수치를 조작하는 등 수년동안 대기측정기록을 조작한 울산지역 기업체 5곳과 측정대행업체 4곳이 재판에 넘겨졌다.

환경부 중앙환경사범수사단과 울산지방검찰청 형사3부(부장검사 김현아)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를 조작한 혐의(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환경분야시험·검사등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울산지역 기업체 17곳의 환경담당 임직원과 측정대행업체 4곳의 임직원 6명 등 48명(법인 9곳 포함)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준치를 초과한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데도 이 수치를 낮추거나 아예 오염물질이 측정되지 않은 것처럼 대기측정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업체가 공모해 조작한 대기측정기록부는 2만1,200여건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조작한 대기측정기록부를 울산시청에 제출해 기본배출부과금을 낮춘 혐의도 받았다. 기본배출부과금은 사업자가 오염물질을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배출할 때 배출량과 배출농도 등에 따라 부과되는데, 이를 초과해 배출할 경우 오염물질의 종류와 그 양에 따라 초과부과금이 산청·부과된다.
검찰 수사 결과 한 기업체 대기 배출구에서는 배출허용기준(10ppm)의 100배 이상인 1,113.8ppm이 측정됐는데도, 대기측정기록부에는 ‘불검출’로 기록된 것으로 드러났다. 먼지의 배출농도가 기준(50㎎/S㎥)의 30배가 넘는 1,592.32㎎/S㎥가 측정됐는데도 3.97㎎/S㎥로 조작한 사례도 확인됐다.

대기측정기록부 조작으로 기업체들은 배출허용기준 30%를 초과할 때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굴뚝 자동측정기기(TMS)도 부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와 함께 기업체가 대기배출·방지시설도 제대로 가동하지 않은 혐의도 확인했다.

환경부는 대기업 등 10곳을 압수수색해 핵심 증거를 확보했고, 검찰은 30여명을 추가 조사해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측정대행업체 대표가 전직 울산시청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도 포착해 2명을 구속 기소, 4명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환경부는 이번 수사 과정에서 환경부 장관이 측정대행계약관리기관을 지정해 측정 대행 실태를 관리·점검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측정기록부 조작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제도도 개선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대기환경 오염을 조장하고 방치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앞으로도 환경사범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울산시도 행정처분에 나설 계획이다.
울산시는 검찰로부터 공소사실 등을 통보받는대로 대기측정기록부를 조작한 측정대행업체에 대해 행정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사건은 처벌이 강화된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의 사안으로 측정대행업체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법 개정으로 현재는 기본배출부과금과 관련해 대기측정기록부를 조작한 경우 1번의 적발에도 등록 취소 처분이 이뤄지지만, 개정 전 법에 따르면, 1번은 영업정지 6개월, 2번째 등록 취소 처분이 가능하다.
울산지역에는 현재 9곳의 측정대행업체가 등록돼 있으며, 이번에 기소된 업체 4곳 중 1곳은 폐업, 3곳은 아직 운영 중이다.

기본배출부과금에 대해서는 확정 판결이 이뤄지면 오염물질 종류와 배출량 등을 토대로 다시 산정·부과 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정확한 부과금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범행 기간 등에 비춰 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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