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에 남아있는 돌고래를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던 바다쉼터 조성이 첫 단계부터 삐걱이고 있다. 바다쉼터 조성을 위해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 등 14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와 국회로부터 외면받아 전액 삭감됐다. 이를 두고 해양환경단체는 “기재부와 국회가 돌고래쇼 종식을 방관하고 있다”며 규탄하는 한편, 울산 남구의 ‘돌고래 방류 결정’이 울주군 송정항에 바다쉼터를 조성할 수 있는 ‘마지막 키’라고 내다봤다.

5일 본지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해수부는 국내 수족관에서 사육 중인 큰돌고래와 벨루가 등 국제멸종위기종인 고래류들의 폐사가 잇따르자 자연방류와 환경개선 사업 추진을 위한 14억원의 예산편성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돌고래를 방류한 수족관의 디지털 체험·전시 시설 전환 지원 비용 10억원, 바다쉼터 조성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비용 2억원, 수족관 전문인력 교육 등 비용 2억원 등이었는데, 기재부는 “경제적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며 내년 예산안에 전액 미반영했다. 이후 해수부는 국회에 해당 예산의 필요성을 알리며 예산 부활을 도모했지만, 지난 3일 통과된 정부 예산에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

기재부와 국회의 예산 미반영을 두고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는 ‘바다쉼터 조성’이 좌초될 위기라고 밝히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부터 돌고래 바다쉼터 조성을 정부에 촉구해왔다. 최근 고래류를 가둬놓고 전시와 공연에 동원해온 관행이 점차 사라지고, 국민들의 인식도 크게 전환돼가는 시점인데, 이번 예산 미반영은 돌고래쇼 종식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업권으로 촘촘히 묶여 있는 한국의 바다 상황을 고려하면 시민단체 주도로 바다쉼터를 조성하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바다쉼터가 무의미한 상황까지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국내 수족관 돌고래는 총 22마리가 남아있는데, 연간 5마리씩 폐사하는 추세다. 내년에 예산 신청을 다시 해서 예산을 확보한다고 해도 타당성 용역, 보상,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절차로 수년이 소요될 것이고, 그동안 고래들이 살아남아 있을지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바다쉼터 조성을 앞당길 수 있는 ‘키’로 ‘울산 남구의 돌고래 방류 결정’을 꼽았다. 남구가 장생포 생태체험관에 있는 돌고래 4마리를 방류하겠다 결정하면 울주군 송정항에 바다쉼터를 조성하는 방안이 다시 한번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동욱 남구청장은 올 초에 ‘정부 지침에 따르겠다’며 방류에 소극적인 입장을 밝혀 당장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조 대표는 “국회에서 예산안이 확정됐기 때문에 집회 등으로 상황을 돌릴 수는 없게 됐다”며 “유일한 희망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돌고래 방류에 뜻을 가진 후보가 당선돼 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며, 이도 어려우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자연방류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이재영 해양생태과장은 “예산이 국회 예산 심의과정을 통해 정부안에 최종 반영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있다”며 “바다쉼터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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