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중 UNIST 디자인학과 교수

지구 온난화로 자연식 가습방식 앞으로 각광 받을 듯
시각적 효과 더해진다면 새로운 가전 오브제 ‘재탄생’
우울한 분위기 일조한 가습기…미래엔 긍정 역할하길

 

가습기의 작동방식은 크게 자연식, 가열식, 초음파, 복합식 등 4가지가 있다. 
자연식 가습기는 다공성 물질에 물을 흡수시켜 큰 표면적을 통해 자연적으로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젖은 수건을 널어 두는 것도 이와 같은 방식이다. 자연식 가습기는 곰팡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인 청소나 교체가 필수적이다.
가열식 가습기는 물을 가열하거나 끓여서 수분과 증기를 공기 중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자연식 가습기보다 열을 사용하니 몸에 해로운 미네랄 불순물이나 세균 억제가 돼 더 위생적이지만 전기요금이 조금 더 많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초음파 가습기는 초음파로 진동하는 판을 이용해 미세한 물방울을 만들어 팬을 통해 안개 형태로 배출시키는 원리로 작동된다. 가열식과는 달리 불순물과 세균들이 발생할 수 있어 주기적인 청소가 필수다. 증류수를 사용하면 위생적이긴 하지만 매번 증류수를 구입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복합식 가습기는 가열 방식과 초음파방식의 장점을 합친 것으로 물의 온도를 높여 살균한 후에 초음파로 안개처럼 뿜어낸다. 2가지 방식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만큼 잦은 세척과 주기적인 필터 교체의 수고로움도 요구된다.
어느 방식이나 일장일단이 있다. 이용하는 실내 용적이나 설치 장소도 가습기 방식을 선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지구의 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건조화 또한 진행되면서 대기는 점점 건조해지고 있다.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연평균 상대습도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호주, 북미, 아마존 산불도 대기건조화의 영향이 없진 않은 것 같다. 최근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그리고 겨울철 건조한 공기의 지속적 노출로 호흡기 질환이 증가하면서 세계적으로 가습기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주로 가정용 가습기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병원, 공장, 노인시설에서 집중적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탄소중립이 화두가 되면서 자연식 가습방식이 앞으로 더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존의 특수 필터 대신 천, 종이, 클레이나 도자와 같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다면 제조 과정에서의 탄소 저감과 환경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가습기가 탄생할 수도 있다. 가습 효과를 급격히 증대시키기 위해 기존의 LED만 달린 가습기에서 부채처럼 표면적이 자동으로 확장되는 트랜스포머 같은 새로운 기능을 가진 가습기도 논의해 볼만하다.
천장에 매달린 펜던트 조명에 가습 기능이 탑재돼 가습의 기능뿐만 아니라 안개효과와 같이 공간 무드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새로운 융합 제품의 가습기도 고려해 볼 만하다. 공기나 습도의 흐름과 확산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 습도가 어떻게 퍼지는지를 시각적으로 우아하게 보여줄 수 있다면 새로운 경험의 가습기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선풍기의 다양한 바람 옵션처럼 가습기에서 나오는 습도양과 습도가 뿜어져 나오는 모양, 시간적 템포로 나오는 미스트 등 다양한 경험요소들이 고려된다면 단순한 물통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가전 오브제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의 시대인 만큼 가습기에도 탄소중립 신기술들을 적용해 볼 만하다. 예를 들어, UNIST가 보유한 해수전지 기술을 적용한다면 가습기 물통에 소금물을 넣어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두면 해수전지 충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염소로 인해 물이 자동 소독돼 가습기 살균의 문제도 한번에 해결할 수도 있고 태양광으로 충전된 해수배터리를 통해 밤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가습기에 새롭게 고려해 볼 만한 탄소중립 기술이다.
영화 속 가습기는 임종을 앞둔 주인공 부모나 가족의 중환자실 장면에 주로 등장한다. 그동안 그런 우울한 장면에서 가습기가 그 분위기에 일조하는 캐릭터로서의 역할을 해왔다면, 미래의 가습기는 코감기에 걸려 밤잠을 설치는 자식들을 위해 젖은 수건을 널어놓는 부모처럼 가족들의 사랑을 대변하고 가족들을 돌보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캐릭터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차중 UNIST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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