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달 ‘불법촬영물 식별 및 전송 제한 조치’ 시행
고양이 사진 등 불법촬영물로 인식…성급한 조치
인터넷 검열 ‘중단’·N번방 방지법 ‘재개정’ 돼야
10여년 전 배우 톰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가 있었다. 2054년 워싱턴에서는 범죄가 발생하기 전 범죄가 일어날 시간, 장소, 범죄자를 미리 예측하는 치안 시스템이 도입돼 범죄 발생 이전 잠재적 범죄자를 체포한다는 것이 그 시놉시스이다. 그리고 7~8년 전 필자가 즐겨보던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라는 미국 드라마 역시 정부는 9.11 테러 후 테러 방지를 위해 국민들이 주고받는 모든 이메일, 휴대전화 등 디지털 데이터를 감시하는 기계를 개발했다는 점을 전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와 같이 ‘범죄예측’ 및 ‘잠재적 범죄예방’을 다룬 소설, 드라마는 이외에도 상당히 많다.
작년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전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 이후 이번 달 8일부터 네이버와 카카오는 전송되는 모든 사진, 동영상에 대해 ‘불법촬영물 식별 및 전송 제한 조치'를 하기 시작했다. 즉, 이용자가 대화방에 전송하고자 하는 모든 이미지 및 동영상, GIF(소위 움짤), 압축 파일을 AI를 통해 불법촬영물인지 식별하고 불법촬영물로 의심되는 사진은 전송을 제한하는 것이 그 조치의 내용이다. 이에 사생활 침해가 아니냐는 의견이 있자 포털 사이트 측에서는 다수가 모인 방(오픈채팅방)이 아닌 일반 1:1 채팅방에서는 당분간 시행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불법촬영물 유통을 막겠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수단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의문이다. 실제 정치권에서도 N번방 방지법 도입에 주도적이었던 여당과 여당 대선 후보는 “자유와 권한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며 찬성하는 반면 야당 대선 후보 및 대표는 절대 다수의 선량한 시민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줄 뿐 아니라 헌법 제18조 통신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며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 운영 며칠 만에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언론에 보도된 바처럼 고양이 동영상이 불법촬영물로 인식되기도 하고 스모선수, 옷을 다 입은 여성 만화 캐릭터 등도 불법촬영물로 인식된다고 한다. 즉, 불법촬영물인지 여부를 제대로 판독하는 것이 가능한지 자체가 의문시 되는 상황에서 성급한 조치가 이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필자의 견해로는 포털사이트 ‘불법촬영물 식별 및 전송 제한 조치'는 사실상 인터넷 검열일 뿐 아니라 그 실효성 또한 담보되지 않는다. 당분간 일반 채팅 및 1:1 오픈 채팅은 대상이 아니라고는 하나 가까운 시일 내에 사적 대화 모두에 이런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 즉, 사람들이 스스로 검열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모든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졌다. 그런데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는 텔레그램은 N번방 방지법 대상이 아니다. 즉, N번방 방지법이 N번방 사건을 방지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떠나 국민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도 다분하다. 헌법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통신의 자유는 통신수단을 자유로이 이용해 의사소통할 권리라고 정의되는데 의도하지 않게 통신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엄밀히 말하면 포털사이트 ‘불법촬영물 식별 및 전송 제한 조치'는 주체가 행정권이 아니기 때문에 고유의 의미의 검열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그 내용은 검열과 동일하다. 물론, 불법촬영 및 불법촬영물 유포는 심각한 범죄이고 해당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게는 지금보다 더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모든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서는 아니 된다. 이에 이른바 인터넷 검열은 중단돼야 하며 N번방 방지법 역시 당초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재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최건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