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전경

석유‧정밀화학 업종 설비 공정 모든 정보 디지털로 전환
AI 융합해 설비관리 수준 `선행보전' 단계로 업그레이드
市, 중기부 `지역특화 제조데이터 활성화사업' 응모키로
선정땐 3년간 60억 국비 지원…지역업체 90% 참여 의향

울산시가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울산 석유·정밀화학 단지의 스마트 제조혁신을 촉진하겠다며 SK에너지와 함께 국내 최초 ‘설비 게놈’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인간의 성장·질병 관련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 유전병·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처럼, 석유·정밀화학 업종의 설비 공정에 속하는 모든 정보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여기에 AI(인공지능) 기술을 입혀 생산성은 극대화하고 사고발생은 최소화하겠다는 거다.
SK이노베이션 울산Compex(울산CLX)는 과거 60여년간 축적한 최소 1,000만건의 설비 관리 데이터를 디지털로 전환하는데 성공해 이미 지난해부터 차세대 설비관리 시스템을 오픈했는데, 국내 대기업이 영업기밀이자 자산인 설비관리 데이터를 공유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정부의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오는 3월 2일까지 공모하는 ‘2022년 지역특화 제조데이터 활성화사업’에 응모한다.
중기부의 이번 공모사업은 지역 중소기업의 스마트 제조혁신을 촉진할 지역특화 제조데이터 플랫폼 구축·활용에 방점이 찍혔다. 개별 기업의 데이터를 수집·저장·분석하고,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셋도 구축해 인공지능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으로 지역 중소기업의 제조혁신을 이끄는 취지다. 공모사업으로 선정되면 올해부터 연간 20억원씩, 2024년까지 3년간 총 6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공모결과는 오는 4월 통보될 예정이다.

이에 울산시는 제조혁신 선도기업인 SK에너지와 함께 울산 석유화학 단지의 60년 설비 노하우가 중소화학기업에 전파될 수 있도록 ‘대중소 상생형 데이터·AI융합 제조혁신 협력사업’을 계획 중이다. 이른바 설비 게놈 프로젝트다.
SK에너지에 따르면 울산CLX는 약 1,200만건의 설비관리 데이터를 디지털로 전환하는데 성공, 지난해 6월부터 차세대 설비관리 시스템 ‘오션-허브(OCEAN-H)’를 오픈해 운영 중이다.
울산CLX는 250만평 부지에 60만기의 공정 설비가 서로 견고하게 맞물려 가동 중인데, 관련 설비 데이터 양이 방대하고 복잡하게 얽혀 특정 설비의 과거 이력을 찾을라치면 시스템과 문서를 일일이 찾아 대조해야 했다. 설비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고 정확한 정비방법을 적용하자면 재질, 설계온도, 압력 같은 정확한 기준 정보는 물론 해당 설비의 정비·고장 이력, 가동조건 등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확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보니 정비 이력과 운영 노하우는 선배의 직접 경험이 후배에게 전수됐을 뿐, 효율화를 꾀하는데는 한계로 작용됐다. 결국 울산CLX는 설비공정 운영 데이터의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절감, 2019년부터 독자적인 설계·개발에 착수한 결과 2년만에 ‘오션 허브’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대중소 상생형 데이터·AI융합 제조혁신 협력사업’은 디지털 설비 관리가 가능한 울산CLX의 오션-허브 시스템을 모든 석유정밀화학 기업에 적용 가능한  ‘설비 게놈 프로젝트’로 업그레이드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오션 허브의 데이터에 AI 기술을 융합해 석유·정밀화학 산업현장의 배관에서부터 전체 공정설비, 건물까지 모든 공정의 디지털 통합관리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별 데이터 역시 디지털로 전환해 가공하게 되고, 이렇게 수집·가공된 정보는 중기부가 운영 중인 AI제조 플랫폼 ‘KAMP(Korea All Manufacturimg Platform)’의 인프라로 활용된다.
이 경우 현재 ‘사후 정비’ 즉,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국내 설비관리 수준을 ‘예지보전’, 더 나아가 ‘선행 보전’ 단계까지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게 가능하다.

이를 위해 울산시는 사업 1차년도인 올해 △SK에너지 플랫폼 개선 작업을 통한 중소제조기업 맞춤형 설비관리 플랫폼 구축 △AI솔루션 2종(설비건전성 분석·고장예지) 개발 및 KAMP 연계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이어 2023년에는 △석유·정밀화학기업 5개사 플랫폼 보급 및 AI솔루션 2종 실증 △AI솔루션 4종(고장원인분석·예방활동최적화·정비전략최적화·보전자재최적화) 개발에, 2024년에는 △정밀화학·가스·비철기업 15개사 플랫폼 보급 및 AI솔루션 4종 실증에 단계적으로 착수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번 공모사업은 지난해부터 우리 시가 SK에너지, 울산정보산업진흥원 등과 사업을 기획한 결과 2022년도 정부예산에 사업비 60억원이 반영될 수 있게 되면서 추진된 것”이라며 “산업 빅데이터는 대기업이 독점하면서 공유를 기피하고 있지만 울산에선 SK에너지가 양질의 연구용 데이터를 개방하기로 한 만큼, 공모에 선정된다면 통상 ‘수기’에 의존해 온 중소기업의 설비관리 수준이 향상돼 생산성 제고와 안전사고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울산을 비롯해 부산과 대구 등 상당수 지자체가 이번 공모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단, 대기업이 독자적으로 구축한 산업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활용한 지자체는 울산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돼 향후 산업 전반의 스마트 제조혁신을 꾀하려는 정부로서도 울산의 이번 프로젝트에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울산시가 지난해 6월, 지역 석유·정밀화학 업체 등 156개사를 대상으로 ‘데이터·AI융합 제조혁신’에 대한 사전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52개사(33.3%)가 응답했고, 이 중 30개사(90%)가 참여의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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