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완 울산 중구청장

원도심 시립미술관 개관…누적 관람객 2만명 돌파
문화 시설 넘어 도시재생·지역 발전 한축으로 주목
미디어 아트 전용관 등 원도심 활성화 마중물 되길

 

얼마 전 새롭게 문을 연 울산시립미술관에 다녀왔다. 흔히 떠올리는 네모난 틀에 맞춰진 작품이 아닌 기존 작품의 개념을 깬 독특하고 실험적인 ‘미디어 아트’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둠과 빛의 대비가 빚어낸 오묘한 공간 속에서 작품의 철학적 의미를 찬찬히 탐구해 보기도 하고, 커다란 화면 속에 펼쳐지는 다양한 이미지의 향연을 바라보며 예술의 외연 확장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가상·증강·혼합현실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 기반의 예술 작품을 관람하는 동안 ‘미래형 미술관’ 단어가 떠올랐다. 이런 독보적인 미술관이 울산에 생겼다는 것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마저 들었다. 건립 결정 이후 개관까지 무려 11년을 손꼽아 기다려 온 보람이 느껴졌다.
시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울산시립미술관 개관 2주일 만에 누적 관람객이 2만 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주중엔 1,000여 명, 주말엔 평균 3,000여 명이 미술관을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게다가 전체 방문객의 20%가량은 울산시민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관람객들이었다. 이쯤이면 성공적인 출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술관의 흥행에 힘입어 원도심 활성화를 꿈꾼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미술관은 사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공간이다. 지역 문화예술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소중한 장소다. 하지만 최근 미술관은 문화 시설을 넘어 도시재생 및 지역 발전의 중요한 한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스페인의 빌바오다. 쇠퇴일로를 걷고 있던 스페인의 작은 공업도시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면서 세계적 문화관광 도시로 변신했다. 1997년 미술관이 문을 열자 전 세계에서 한 해에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울산시립미술관도 ‘빌바오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전국 최초 미디어 아트 전용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의 미술관과 차별화된다.
또 미술관은 보통 도시 외곽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울산시립미술관은 원도심에 위치해 있어 누구나 생활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게다가 미술관 양옆으로는 동헌과 울산 객사 터 같은 역사 자원이 자리하고 있고 걸어서 5분이면 갤러리, 공방 등이 늘어서 있는 문화의 거리에 닿는다. 이 같은 울산시립미술관의 특색과 주변 환경을 십분 활용한다면 미술관 그리고 원도심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 수 있지 않을까. 문화로 살아나는 원도심,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물론 당연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미술관은 특색 있고 알찬 전시를 비롯해 각종 교육, 해설 프로그램 등으로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며 관객들에게 다가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에 맞춰 중구도 원도심과 시립미술관의 연계 방안 마련 및 관광·홍보 활성화 계획 수립, 각종 시설 지원 등을 심도 있게 고민할 계획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이다. 미술관과 원도심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 소중한 의견을 나눠주셨으면 한다.
문화가 삶의 중심 가치가 되는 문화의 세기가 도래하고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조성된 울산시립미술관이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원동력이자 원도심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박태완 울산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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