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언양 산불이 10시간여만에 꺼졌다. 밤사이 잦아든 바람 덕에 야간 진화에 성공했는데, 2013년 대형 산불 사태를 겪었던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연일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에 야산에 쌓아둔 과거 산불 피해목이 더해지며 산불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 7일 오전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신화마을의 한 야산이 간밤의 산불 피해를 입어 곳곳이 시커먼 모습이다.  
 

 

# 마을 전체 매캐한 냄새… 곳곳서 연기 피어올라

7일 오전 8시 30분께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신화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을 회관 앞 도로에는 간밤의 사투를 짐작케 하듯 여러 소방호스가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

헐벗은 야산 곳곳엔 나무가 시커멓게 타버려 숯덩이가 돼버렸고, 화마가 지난 자리마다 검은 재가 그림자처럼 드리웠다. 아직 남은 열기 탓에 연기와 불꽃이 여기저기서 피어올랐다. 헬기 1대가 상공을 오가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골라 물을 뿌렸고, 지상에선 산불진화인력들이 장비를 들고 불씨를 짓이겨 없애는 작업이 계속됐다.

이 불은 전날인 6일 오후 3시 45분께 시작됐다. 바싹 마른 날씨에 산자락에서 피어오른 불은 초속 2~3m, 한때 순간 초속 8m에 이르는 바람을 타고 정상으로 번지며 야산 하나를 집어삼켰다.
공무원과 소방관 등 1,525명이 동원됐고, 산불진화차 14대와 소방차 26대, 진화장비 1,500여대를 투입한 밤샘 진화 작업이 벌어졌다.
오후 8시께 다행히 바람은 초속 0.2~0.3m 수준으로 잦아들었다. 밤사이 불길이 인근 야산과 민가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며 방화선을 구축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산림당국과 소방당국은 수그러든 바람을 틈타 정상 방면으로 적극적인 진화 작업에 나섰다. 화재 발생 약 8시간 만인 오후 11시 36분께 큰불을 잡는 데 성공했고, 이튿날 오전 2시께 ‘완진’을 발표했다.
 

   
 
  ▲ 7일 오전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신화마을 산불피해 현장에 헬기가 잔불을 정리하기 위해 비행하고 있다.  
 

# 주민들, 새벽까지 축사 뒤편 물 뿌리며 전전긍긍

신화마을 주민들은 간밤 화재에 누구보다 마음을 졸여야 했다. 2013년 언양 대형 산불 피해를 입었던 주민들에겐 악몽 같은 시간이 되풀이되는 심경이었다고 했다. 당시 도깨비불처럼 날아다니던 불씨에 생계까지 위협받았던 주민들은 이번 산불이 혹여나 마을로 넘어올까 전전긍긍했다. 불이 난 야산 아래 줄지어 선 집과 소 축사 주변으로 주민들은 물을 뿌리며 저마다 대응에 나섰다. 시간이 지나 잠잠해진 바람에 마음 한켠으로는 안도하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못한 주민들은 밤새 현장 주변을 지켰다. 다행히 이번 화재로 민가나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 주민은 “강원도 산불처럼 2013년 언양 산불도 바람에 불씨가 날아다니면서 번졌는데,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고 말했고, 신화마을 정수득(62·여) 이장은 “축사 뒤편으로 혹시나 불이 번질까봐 호스를 들고 밤새 물을 뿌렸다”며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했다.

신화마을에는 130여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이번 화재가 발생한 산밑의 마을주민은 60여가구가량으로 파악된다.

 

   
 
  ▲ 7일 오전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신화마을 야산에 간밤의 산불로 검게 탄 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 메마른 날씨에 ‘장작’ 돼버린 2013년 산불 피해목

이번 산불 피해지는 2013년 언양 대형 산불로 280ha 상당 소실된 임야 중 일부다. 산림당국은 산불 발생 이듬해인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피해 산림 중 150ha에 대해 인공 조림을 결정했다. 소나무 재선충 극심지역으로 소나무를 배제한 대왕참나무, 편백나무, 산수유 등 수종이 식재됐다. 불에 타 고사한 나무는 베어낸 뒤 반출하지 않고 세로로 눕혀 줄지어 쌓는 이른바 ‘골치기’ 방식으로 처리됐다. 당시 상당한 면적이 산불로 일시에 피해를 입었고, 산지의 토질 등을 고려할 때 자칫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이같은 계획을 수립했다는 게 산림당국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 벌채목이 극심한 겨울가뭄에 수분이 날아가며 ‘장작’ 역할을 해 산불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림 복구를 위해 심은 나무는 ‘돌산’인 피해지에 제대로 활착하지 못했고, 잡목과 잡풀 등이 자라난 ‘민둥산’에는 바닥에 쌓인 벌채목이 맨 눈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드러났다.

지난달 20일부터 건조경보가 발효 중인 울산지역에 올해 들어 내린 비는 3.2㎜에 불과하다. 1월과 2월에는 각각 이틀에 걸쳐 0.9㎜, 2.2㎜의 비가 내렸고, 이달 들어서는 하루 0.1㎜가 온 것이 전부다. 지난해 12월의 비소식도 하루 동안 3.5㎜에 불과하다. 이는 2020년(1·2월 232.3㎜)에 비해 1.4%, 지난해(49.4㎜)에 비해 6.5% 수준이다.

신화마을 정수득 이장은 “안 그래도 건조한 날씨에 잘라서 골치기해 둔 나무더미에 불이 붙어버리니 속수무책인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산림당국은 “당시 산사태 등 우려 때문에 벌채목을 반출하지 않았지만,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벌채목도 피해 확산의 원인이 됐다고 볼 수는 있다”고 밝혔다.

# 피해면적 13ha·재산피해 6억여원… ‘입산자 실화’ 추정 추적 중

산림당국은 이번 화재 피해 면적이 13ha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화재 현장은 소나무가 거의 없고 대부분 잡목으로 이뤄져 있어, 단순히 소실된 산림을 재산상 피해로 추산했을 때는 약 650만원 상당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화재 진화를 위해 동원된 인력과 장비, 이후 산림 복구비용까지 감안하면 약 6억5,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마을의 축사 뒤편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산림당국은 입산자의 실화를 원인으로 보고 행위자 검거를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최초 발화지점 인근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조사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10건 중 입산자 실화로 인한 산불은 7건이며, 이 가운데 실화자가 검거된 것은 1건에 불과하다. 2020년에도 18건의 산불 중 입산자 실화는 11건, 이 중 실화자 검거는 1건에 그친다. 전기적 요인이나 소각 등으로 인한 산불은 행위자 대부분을 검거하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CCTV나 최초 발화지점 목격자 등을 확보하지 못하면 실화자를 검거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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