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민 울산경제진흥원 원장

 

 

돌봄에 적합한 성별 존재하지 않고
필수노동자 없인 사회 유지 힘들어
엄혹한 현실 바꾸기에 즉각 나서야

 

코로나19를 통해 우리는 가장 약한 자가 이 사회를 떠받치고 있음을 비로소 알았다. 돌봄노동은 자동화될 수도 없고, 코로나 같은 비상시국에도 멈출 수 없다. 그래서 필수노동이다. 간호사 외에도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와 같은 돌봄노동자와 배달종사자, 환경미화원, 콜센터 종사자 등의 필수 노동자가 없으면 이 사회는 지탱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들 필수 노동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그다지 높지 않다. 고령화 사회에서 돌봄 노동은 필수적이다. 점점 수요가 확대되는 돌봄노동과 배달, 환경미화 등의 필수노동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한 신문 기사에 따르면 필수노동자의 67.4%가 여성이고, 돌봄 및 보건 서비스의 경우는 93.8%가 여성이다. 간병인의 70%, 모텔 청소의 95%(2018년 현재)가 이주 여성 노동자가 차지하고 있다. 필수노동자의 4분의 1이 60세 이상 여성이다. 여성들의 힘든 노동으로 돌봄이 이루어지고 이주노동자에 의해 필수노동이 행해지고 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절실한 노력과 요구 끝에 2020년 10월과 12월 두 차례 걸쳐 필수노동자 보호와 지원 대책이 발표됐고, 2021년 5월에는 ‘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아직도 필수노동은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아직도 여성에게 유리 천정이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에서, 여성을 배려하는 것이 남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라 부르짖는 사회에서 여성에 의해 지탱되는 돌봄노동, 필수노동 조건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여성에게, 특히 가난한 여성에게 힘든 노동을 떠맡기는 사회에서, 돌봄이 모든 시민이 아닌 특정 집단 문제로 여겨지는 한 정의로운 돌봄사회로의 전환은 어렵다.

돌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성차별이 굳어져 있다. 성별, 계급, 인종 등에 따라 돌봄의 책임 전가를 무심히 하는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다. 그러나 돌봄은 사회에서 필요하기에 힘든 돌봄을 공동체가 같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많은 이들이 병들고 쇠약해지게 된다. 민간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돌봄을 모든 사회구성원이 보육‧요양 같은 돌봄 서비스를 적절하게 받으려면, 그에 적합한 공적 인프라 확대가 시급하다. 소득 수준에 따라 돌봄의 격차와 불평등이 심화하지 않게 해야 한다.

돌봄에 적합한 성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노인 병간호 시 3명 중 한 명꼴로, 특히 부모의 병시중을 아들이 맡아서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저출산과 핵가족화, 비혼, 만혼 트렌드가 중년의 아들이 부모를 간병하게 하고 있다. 2001년만 해도 아들간병은 주된 간병인 비중에서 10.7%였지만 2019년엔 17.8%로 증가했으며 아들간병이 며느리간병을 앞질렀다고 한다.

필수노동과 관련해서 문제는 ‘필수노동자 보호’만이 아니다. 필수노동이 공동체에서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숙고하고 우리 삶과 공동체,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를 다시 살펴보는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따뜻한 공동체를 일구어 가족의 일원, 특히 여성만이 아닌, 가난하고 노약한 여성이 아닌, 이주노동자가 도맡아 하는 노동이 아닌, 서로 돌봄을 책임질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해야 한다. 돌봄 노동 외에도 배달종사자, 환경미화원, 콜센터 종사자 등의 필수 노동자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바라보면 그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이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수노동의 엄혹한 현실을 바꾸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연민 울산경제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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