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걸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 부교수 전 울산경제진흥원 원장

코로나·美中 갈등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다국적기업 니즈 맞춰 국내환경 개선 필요
법·행정 규제 완화 정부·국외 적극 지원을

천연자원과 금융자본이 부족했던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경제발전을 위해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해 공장을 짓고 거기서 해외에서 수입한 원자재로 제품을 만들어 다시 해외에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여 경제를 성장시키는 외자 유치를 활용한 수출주도형 경제발전 정책을 성장전략으로 삼아왔다. 1997년 IMF 외환위기도 국가와 민간기업의 필사적인 외자 유치를 통해 벗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는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지속하는데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물류시스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글로벌공급망이 재편돼 세계 무역환경이 급격히 변하게 됐다. 즉, 과거에는 글로벌기업들이 투자의 경제적 효율성을 최우선시해 생산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곳에 공장을 세워 제품을 생산해 그 제품을 최종 소비시장으로 운송해 판매를 했으나, 이제는 지역봉쇄로 인한 물류운송 지연이나 기술유출, 경제제재로 인한 봉쇄 등의 위험을 최소화 하는데 보다 중점을 두어 최종 소비시장에 제조공장을 건설하려고 한다.
또한 국가차원에서도 과거에는 공장건설과 같은 그린필드형 외국인 직접투자는 주로 중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개발도상국들이 주로 유치에 적극적이고,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도 전략산업의 기술 보호와 일자리 창조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제조공장 유치에 전력을 기울인다. 최근에 미국이 인텔이나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유치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실제 전세계의 외국인 직접투자 현황은 어떨까? 대한상공회의소가 4월 17일 발표한 ‘최근 글로벌 외국인 직접투자 특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2018년 3월)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 3년간 그린필드형 외국인 직접투자 평균과 이후 3년간 평균을 분석해 보면 EU의 증가율은 47.0%에 달하며, 그 뒤를 이어 중국(13.5%), 일본(12.1%), 미국(5.7%)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32.6%로 세계 평균(5.6%)에 크게 못 미쳤고, 인도(-28.7%), 아시아(-12.3%)도 하락세를 보였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증감률은 각각 26.2%, -4.5%로 대조를 이뤘다.
그러면 이처럼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온 힘을 다해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려고 서로 경쟁하는 국제투자 환경 속에서 외국인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희망사항보다는 실제로 우리나라에 직접투자를 하고 있는 외국기업들이 우리나라의 투자환경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 그들이 원하는 조건을 실제로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에 대해 지난 4월 27일 한국산업연합포럼이 ‘차기정부에 바라는 외투기업 투자확대 방안 및 제언’을 주제로 주최한 제20회 산업발전포럼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한국이 아시아의 비즈니스 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무역·클라우드 컴퓨팅, 제약·의료기기, 노동법, 공정무역, 자동차 산업 등에 존재하는 한국 특유의 규제를 세계 표준에 맞추고, 최저임금 상승률을 억제해 국내 비즈니스 운용 비용을 낮추고, 임원 관련 규제(CEO Risks)를 완화하는 등의 기업 환경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한국이 외국인투자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세율, 노동유연성, 정책 안정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리기업들도 이미 국내생산공장의 효율성이 해외공장보다 많이 떨어져 많은 국내기업들이 국내생산공장을 폐쇄하고 해외공장건설을 위한 해외투자를 더 많이 하는 실정이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은 2016~2020년 중 외국인투자(FDI) 유출 대비 유입이 베트남 25.4배, 영국 4.6배, 미국 2.3배, 이태리 1.0배에 이르는 반면 우리는 0.4배로 독일, 캐나다, 프랑스 등의 0.5배보다도 저조하며 액수로는 우리는 유입 610억 달러, 유출 1,669억 달러이며, 다국적기업 입지 관련 국가경쟁력이 우리의 독특한 규제 양산 등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을 계속 방치할 경우에 조금 더 지나면 국내의 공장들이 점점 없어지고 그와 함께 국내일자리도 따라 없어지게 될 위험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경영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각종 법률과 행정규제를 완화해주어야 하는데,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실제로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국회의 적극적인 이해와 지원도 절실하다.

김형걸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 부교수 전 울산경제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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