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일 약사

단식하는 동안 몸에선 많은 변화 일어나
체중 감소 등 소식으로도 영양섭취 가능
장기 비우듯 내 안의 욕망도 내려놓게 돼
몸·마음 한없이 가버워져 퇴소 ‘행복감’

 

 몇년 전, 지인소개로 경기도에 있는 단식원에 입소한 적이 있었다. 당시 선거를 치르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몸과 마음의 휴식이 필요하던 차였다. 몸무게 75kg, 당뇨수치 120, 혈압 130을 오르내렸다. 병원검사에서는 알코올성지방간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나 건강이 위험수위에 달했다. 젊음이 영원히 지속되리라 착각하며 세상 겁 없이 살아온 삶이었다. 약사가 돼 자신의 건강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내가 후회됐다.
 막상 단식을 시작하려고 하니 걱정이 앞섰다. 이제껏 한번도 밥을 굶어본 일이 없었다. 삼시 세끼 밥심으로 살았는데 과연 허기를 견딜 수 있을까? 다시 돌아갈까 말까 망설이다 육십년 동안 먹었는데 그까짓 열흘 못 참겠냐며 마음을 다잡았다.
 단식 이전에 먼저 교육이 시작됐다. 먹거리 왜곡으로 의한 식생활습관병에 관한 것들이었다. 현대인들은 서구화된 식단, 인스턴트식품의 범람, 생활패턴의 다양화, 스트레스 등으로 고혈압, 당뇨, 아토피성 피부, 심·혈관관계질환, 암 등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일례로 어머니 세대는 소금으로 음식의 간을 맞췄는데 지금은 설탕으로 하고 있다. 자연산 천일염에 들어 있는 미네랄 섭취를 멀리하고 새콤달콤한 맛으로 소금 대신 음식의 간을 맞추니 체질의 변화와 소아당뇨, 소아암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했다.
 아침 다섯시에 기상해 삼십분씩 풍욕 두번을 한 후에 변비약과 죽염을 복용하면서 물 2L을 나눠 음용했다. 오전 교육이 끝나면 비타민C가 풍부한 감잎차 한잔을 마셨다. 오후는 된장찜질로 시작됐다. 된장 2kg을 아랫배 위에 얹고 핫팩으로 열을 가하면서 네시간 찜질을 했다. 된장 속 소금의 삼투압을 이용해서 요산과 노폐물을 제거해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며 신장기능을 좋게 해주는 방법이었다. 냉·온욕을 다녀와 허기진 배를 된장국 국물로 채운 뒤, 다시 풍욕을 두번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온종일 감잎차 한잔, 물 2L, 된장국, 죽염 10g만을 먹었을 뿐인데도 뱃속은 왠지 든든했다.
 한방에서는 병사(病邪)가 양명경 즉 소·대장에 있을 때, 약성이 차가우면서 강한 대황, 망초, 석고 등의 약을 써서 설사를 시킨다. 이때 인체의 반응은 설사정도가 심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런데 관장을 겸한 단식은 특별한 위험 없이 소장, 대장을 청소할 수 있다. 소장의 길이는 7~8m인데 많은 주름과 융털로 구성되고 대장은 1.5m이다. 나이 들면 장의 주름에 많은 지방과 이물질이 끼어 음식으로부터 영양분을 잘 흡수하지 못한다. 흡수한 영양분이 골수 즉 뼛속에서 피를 만드는데 맑지 못하면 생성되는 피가 깨끗하지 못하게 된다.
 단식을 하는 동안 몸에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식탐이 줄어들자 자연 몸무게가 감소됐으며 채식위주가 됐다. 특별한 것은 감자와 고구마를 날로 먹었는데 소식(小食)으로도 영양섭취가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단식 후에는 그동안 흩어진 대장의 유익균과 유해균을 보충하기 위해 열흘 간 보식해서 대장에 황금비율을 맞춰줘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요요현상이 오지 않는다. 바다에 태풍이 불면 해저가 뒤집혀져 산소가 공급되고 플랑크톤이 만들어져 먹이사슬이 형성되는 것과 같다.
 간헐적 단식은 운동을 하지 않고 12~24시간 굶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일주일 동안 16:8 주기에 따라 주말에 단식을 시작한다. 일요일 저녁 6시와 7시 사이에 식사한 후, 다음 날 점심때까지 16시간을 금식하게 된다. 저녁 식사 전까지 오후에는 간식을 먹어도 되고, 먹지 않아도 상관없다. 저녁식사를 끝낼 때까지 8시간이 소요된다. 일주일 내내 이렇게 단식과 섭식을 교대로 실시하고 주말에는 간단한 의식으로 마무리한다.
 간헐적 단식을 하는 동안 늘어진 위가 정상으로 돌아오며 이때는 소식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완전단식에 비해 장 청소가 미흡해 피를 맑게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그 효과는 크다. 간헐적 단식은 몸, 정신, 마음에 호소하는 그리스도교 영성의 전통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주로 봉쇄 수도원에서 실시했는데, 7주간 묵상과 단식을 하게 되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된다는 것이었다.
 베드로 크리솔로그 성인은 '단식은 몸에는 평안을, 정신에는 힘을, 마음에는 강건함을 준다'고 했다. '단식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보라, 질병을 고치고, 몸 안에 남아도는 수분을 없애고, 악한 정신을 몰아내고, 어리석은 생각을 쫓아낸다. 또 정신을 더 명료하게 해주고, 심장을 맑게 해주며, 몸을 거룩하게 하고, 마침내 하느님의 왕좌 앞으로 이끈다. 단식이 지닌 큰 힘이 가져오는 결과는 대단하다'고 알렉산드리아의 아타나시오 주교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체중감량 비법에는 단식 외에 섬유질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몇개의 방법을 사용한다. 항상 아침식사를 하며, 튀기고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야채와 과일의 섭취를 늘리며, 충분한 양의 물을 마시라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의 진짜 비결은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을 섭취하는 일이다.
 섬유질은 뱃속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포만감을 주고 충분한 물과 액체가 위벽을 살짝 눌러 꽉 찬 느낌을 준다. 그래서 고섬유질 아침식사를 하면 더 오래도록 포만감을 느끼게 돼서 간식을 줄이고 적은 칼로리를 섭취해 체중을 줄일 수 있게 해준다.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포만감과 변비를 느낄 수 있어 자연 소식을 하게 된다.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는 대장암, 위 염증, 고혈압 혹은 여러 암의 발병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기 때문에 심장 건강 증진 및 당뇨병의 혈당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기존 식단에 과일, 야채, 콩 등 섬유질을 더하면 몇 개월 안에 체중을 줄일 수 있다.
 도시의 바쁜 생활과는 달리 단식원에선 시간이 정지된 듯 했다. 그런 고요 속에 일상을 벗어놓고 비로소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명상을 하는 동안 너무 부질없는 것을 쫓으며 살아온 내가 보였다. 물질이며 권력, 자식들에 대한 욕심 등, 바위처럼 무거운 것들만 짊어지고 끙끙거렸다. 단식을 하면서 몸 안의 장기를 비우듯 조금씩 내 안의 욕망을 내려놓았다. 열흘 간의 단식을 끝내고나자 퇴소할 때 쯤엔 몸과 마음이 한없이 가벼워져 있었다. 무겁게 짓누르던 스트레스도 없어져 행복한 만족감이 물밀 듯 밀려왔다. 무슨 일을 하든 거뜬히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식원에 다녀온 약사는 이렇게 권하고 싶다. '살면서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은 한번쯤 용기 내 단식원을 다녀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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