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물가 고려 실질임금 하락"
한국노총 "업종별 구분 재검토해야"
소상공인 "회복위한 몸부림에 찬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인상된 9,62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근 고물가 상황과 경기 둔화 우려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올해도 노사 일부가 최저임금안에 반발하며 퇴장하는 등 '반쪽짜리' 심의가 됐다. 이번 결과를 두고 울산지역 노사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만 가득한 결과물에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는데, 이의제기, 투쟁 등을 통해 양측이 납득할 만한 최저임금 사수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밤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9,160원보다 460원(5.0%) 인상된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은 201만580원이다. 월 환산액이 200만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에서 노사가 3차례의 수정안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자 공익위원들은 '9,410~9,860원'을 심의촉진구간으로 제시했고, 이 과정에서도 수정안이 나오지 않아 9,620원을 단일안으로 내놨다.

이에 근로자위원인 민주노총 소속 4명이 표결을 거부하고 회의장에서 퇴장했고, 경영계인 사용자위원 9명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전원 퇴장했다. 다만 사용자위원 9명은 표결 선포 직후 퇴장해 의결 정족수는 채운 뒤 기권 처리됐다.

한국노총 소속 5명과 공익위원 9명, 기권한 사용자위원 9명을 의결 정족수로 한 상태에서 찬성 12표, 반대 1표, 기권 10표로 가결됐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울산지역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울산지역 본부 김종대 미디어소통국장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등을 고려하면 실질임금 하락"이라고 반발했다. 실제 최근 울산지역 시민과 노동자 5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적정 최저임금 설문조사'에서 35.8%가 1만3,000원이라고 답했고, 2.42%가 응답하긴 했지만 최저금액이 9,660원이었다. 이마저도 내년도 최저임금보다 40원 높은 거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법정기한 내에 최저임금을 결정한 데 대해서도 "기한 내 처리에만 급급한 졸속 심의"라고 비판했다.

김 국장은 "7월 2일 전국노동자대회가 개최되는데, 이를 기점으로 중앙에서 투쟁 등의 방침이 결정될 것"이라며 "업종별 차등적용 조항을 들어내고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을 노동자 가구의 생계비를 중심으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저임금노동자의 가구생계비를 최저임금의 핵심결정기준으로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며 "중앙에서 공익위원들이 정부에 권고한 업종별 구분적용 용역은 재검토 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를 강행한다면 노사관계는 파국에 이르게 된다고 마지막으로 경고한다"고 전했다.

지역 경영계도 최저임금에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울산광역시소상공인연합회 김창욱 회장 직무대행은 "최근 5년 동안 물가보다 4배 이상 빠르게 오른 최저임금 수준, 한계에 이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 법에 예시된 결정요인, 최근의 복합경제위기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이번 5.0% 인상률은 소상공인들에게 충격적인 결과"라며 "코로나19 이후 최근에야 회복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소상공인연합회가 함께 모여 이번 사태에 대해 의논하고 이의제기를 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방침이나 추후 대처 방안 등은 협의를 해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저임금위원회 박준식 위원장은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 심의가 국민 경제와 시장에 리스크 요인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책임감을 갖고 법적인 논의 기간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저임금안은 저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노사 불만의 균형을 잘 잡아주고 타협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공익위원들의 중요한 임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임위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후 고용부가 이의제기 절차 등을 거쳐 오는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하면 내년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고시에 앞서 노사가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지만, 재심의 요청이 받아들여진 적은 한 번도 없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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