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위기의 시대, 홍수와 가뭄에 대비한 숲가꾸기가 필요하다



김우성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장마와 태풍의 계절이며, 폭염의 계절이다. 올 여름은 홍수로 고통받게 될까, 아니면 폭염에 시달리게 될까? 2020년에는 장마가 길게 이어졌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도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 반면 2021년 장마는 늦게 시작해서 흐지부지 지나가버렸고, 우리는 더위에 시달렸다. 2022년은 어떨까? 연구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장마전선이 품은 열에너지와 수증기의 양이 증가함에따라 태풍의 빈도와 장마철 강수량이 증가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폭염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으며, 이미 일본의 6월 기온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 우리는 숲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예로부터 위정자들은 치산치수(治山治水)를 통치의 근간으로 삼을만큼 산과 물을 다스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위정자들이 물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납득하기 쉽다. 우리는 물을 마셔야하고, 농사도 지어야 했으니까. 그런데 산을 다스리는 것은 왜 중요하게 여겼을까? 우리는 겨울이 가혹한 한반도에 살고 있다. 차가운 북서계절풍을 막아줄 수 있는 지형이 있어야 하고, 산에서 땔감도 구해야 했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산은 물을 머금었다 흘려보내는 곳이고, 산을 잘 다스려야 마르지 않는 맑은 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단하게 다져져 있는 등산로를 벗어나 숲 속으로 조금만 걸어들어가보면 숲의 바닥이 푹신푹신함을 느낄 수 있다. 푹신푹신하고 빈틈이 많은 토양의 구조는 땅 속에서 살고있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만든다. 작은 동물들은 땅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물과 먹이를 찾고, 이 과정에서 땅 속에는 작고 복잡한 공간과 통로들이 만들어진다. 비가 오면 이 공간에 물이 머물게 되고, 이 물을 식물이 이용하게 된다. 이 구조는 마치 스폰지와 같아서 비가 많이 내리는 계절에는 물을 잔뜩 머금게 되고, 비가 내리지 않는 계절에는 물을 천천히 흘려보냄으로써 계곡과 강을 마르지 않게 한다. 이처럼 건강한 구조를 가진 숲의 토양은 홍수를 조절하고, 가뭄을 예방하는 댐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해서 녹색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녹색댐으로서 건전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숲에 비가 내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하늘에서 떨어진 빗방울은 나뭇잎을 적시고,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은 가지와 줄기를 타고 흘러내리거나 숲의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내 바닥을 적신 물방울들은 땅 속으로 스며든다. 물방울들은 토양 입자 사이에 고여있다가 중력에 의해 천천히 아래로 흘러간다. 땅 속을 흘러가는 과정에서 물 속에 있던 오염물질들은 흙의 틈에 갇히거나 작은 진흙 입자와 결합하게 되고 물은 점점 깨끗해진다. 그렇게 땅속을 통과한 맑은 물이 계곡을 따라 강으로, 다시 바다로 흘러간다.



태화강십리대숲의 백로떼 모습. 연합뉴스

숲의 토양이 녹색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어떤 구조를 갖춰야 할까? 스폰지처럼 푹신푹신한 토양의 구조는 만들어지는데 수십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아주 쉽게 파괴된다. 등산화로 밟았을 때 파괴되는 것은 물론이고, 빗방울이 직접 땅에 떨어지는 정도의 작은 충격에도 파괴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뿐 아니라, 높은 나무에 맺혔다가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토양의 구조는 파괴된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은 보통 좋은 뜻으로 쓰이지만, 토양의 구조가 파괴되는 과정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기도하다. 어렵게 만든 토양의 구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땅에 빗방울이 바로 떨어지지 않도록 막아줄 수 있는 풀과 키 작은 관목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숲은 큰 나무와 작은 나무, 덤불과 풀, 낙엽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의 다양성을 갖추고 이를 통해 토양의 구조를 보호해야 한다. 이미 구조적 다양성을 갖추고 있는 천연림은 굳이 손을 댈 필요가 없지만, 단순한 구조를 가진 침엽수 조림지는 숲가꾸기가 필요하다. 솎아베기를 통해 바닥에 빛이 들어올 수 있게 해주고, 그 곳에서 작은 나무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숲가꾸기를 통해 더 나은 구조를 갖게 된 숲은 녹색댐 효과 이외에도 다양한 장점을 가진다. 더 다양한 식물들이 자랄 수 있게되고, 식물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미생물과 곤충, 야생동물의 다양성도 높아진다. 숲의 토양이 더 많은 물을 머금을 수 있게 됨으로써 하천 생태계의 수량과 수질이 개선되고, 수서곤충과 어류의 다양성도 증가하게 된다.

치산은 곧 치수이다. 우리는 숲가꾸기를 통해 숲의 토양 구조를 개선하고, 생물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 잘 가꾼 숲의 토양은 많은 물을 머금음으로써 홍수의 피해를 줄여주고, 그 물을 조금씩 천천히 흘려보냄으로써 가뭄의 피해를 줄여준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강을 만들어 주고, 우리에게 더 좋은 생태계와 아름다운 삶을 가져다준다. 기후위기의 시대, 우리가 숲을 지키면 숲은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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