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일순 UNIST 석좌교수·세계원전수명관리학회장

기후위기 대응 소형 원전 에너지 전망 높아
그 중 유니스트 납냉각고속로 성과 알려져
조선해양 원자력시대 추진 정책도 기대를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한채’ 1849년 금광 발견 소문을 듣고 캘리포니아로 달려온 한 광부가 사랑하는 딸 클레멘타인을 잃은 슬픔을 읊는 미국의 민요다. 무법천지였던 서부까지 목숨을 걸고 달려온 골드러시 족은 1849년 한해에만 수만명이나 되었고, 이들은 '49ers'로 불렸다. 이 별명은 클레멘타인 가사와 샌프란시스코의 미식 축구단 이름으로 내려오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비밀 편지를 받은 루즈벨트 대통령이 시작한 맨하탄 프로젝트에서 원자탄을 개발한 극비의 연구소가 자리잡은 뉴멕시코주의 로스알라모스에서 49라는 숫자는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의 암호였다. 가공할 위력을 가진 플루토늄 동위원소의 원자번호(94)와 질량번호(239)의 끝 숫자를 따왔다. 이 연구소에 플루토늄을 개발하는 액체금속 냉각방식의 세계 최초의 소형 고속 원자로가 건설됐고 클레멘타인이라는 암호명이 붙었다. 그 이유는 암호 49의 재료로 핵연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발된 핵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한 세계적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주 금요일까지 한달간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핵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가 열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영구 상임이사국의 특권을 누리면서, 약속한 핵무기의 감축은커녕 비핵보유국들을 위협을 하는 핵보유국들에 대한 비난이 한달 내내 계속되었다. 이제 세계는 핵무기의 위협에 지쳐버렸다. 
 지난주 UN NPT 평가회의 후속조치로써 한·미·일·영 등 13개국은 공동으로 평화적 소형 원전의 개발에 노력할 것을 선언하였다. 핵탄두를 해체해 평화적 에너지로 바꾸자는 "메가톤에서 메가와트" 라는 구호는 기후변화와 맞물려 세계적 운동이 될 것이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비밀스러운 플루토늄이 투명한 평화적 에너지의 원료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핵잠수함과 원자력 쇄빙선은 원자력발전소처럼 물로 냉각하는 수냉식 원자로를 사용해왔는데 이는 연비가 낮아 핵연료를 자주 바꿔야 하고, 때문에 사용후 핵연료도 많이 나온다. 구소련의 수냉식 원자로는 바다위에서 핵연료를 자주 교체하다가 5번이나 핵폭발사고를 일으켰다. 그래서 미국은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해 핵잠수함 수명기간에 교체없이 사용한다. 평화적 원전에는 핵확산 위험 때문에 20%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은 상용으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수냉식 원전과 달리, 클레멘타인과 같은 액체금속냉각방식의 고속로는 연비가 높아서, 20%이하 저농축 우라늄의 한번 장전으로 수십년간 교체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빌 게이츠를 포함한 미국 소형 원전 리더들은 핵연료를 교체하지 않는 고속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고속로 기술 중에서도, 액체 납을 사용하는 납냉각고속로(LFR)가 상용화에 가장 앞서고 있다. 구소련에서는 이 기술로 8기의 핵잠수함을 만들어 총 80년간 실전에서 사용해 기술이 검증됐고, 선박이 바다에 침몰하면 납이 바로 굳어서 핵연료를 밀봉해버리기 때문에 해양 오염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미국, 영국, 한국, 스웨덴, 이태리, 중국 등 많은 나라가 선박용 납냉각고속로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수명을 제한해온 재료부식문제도 신소재 개발로 해결돼 40년 이상의 내구성도 보장할 수 있게 됐다. 구미의 전문가들은  납냉각고속로 중에서 울산과학기술원 중심 산학연구단이 개발한 MicroURANUS가 조선해양용으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트럭으로 수송할 수 있는 초소형 설계 및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으로 고준위폐기물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 장점 때문이다. 울산과학기술원은 이 원자로를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고 40년 사용 후에는 원자로와 핵연료를 국제공동으로 재생까지 하는 국제플랫폼도 구상하고 있다. 지난 한달간 NPT 평가회의 참가자들에게 유럽의 iGlobenews 방송이 MicroURANUS를 핵확산 방지용 소형원전으로 자세히 소개했다. 이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납냉각 초소형 원전 사업이 울산에서 추진되고 있으니, 조선해양 전문 지역이 이를 선도할 수 있도록 국가 정책을 다변화할 때다. 

황일순 UNIST 석좌교수·세계원전수명관리학회장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