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 욕망은 하늘을 지배한 초월자의 영역침해였다. 구름을 타고 날아다닌 손오공도 이르고 보니 부처님 손바닥 위였다. 하늘은 인간의 비상을 거부했지만 그 욕망을 꺾지는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593년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 때 비행기가 등장했다면 곧이 들리질 않을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서양 비행기의 상상적 뿌리로 치는 ‘날개 치는 기계’를 스케치한 지 70여년 후에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를 띄운 셈이다. 호남 실학자 신경준(申景濬)의 각종 수레를 개발해 국방에 대처해야 한다는 상소문 가운데 진주성에 갇혀있던 어느 진주 사람이 성을 넘어가는 수레를 만들어 가족들을 성 30리 밖으로 피란시켰다는 견문을 기록했다.
 그 진주성을 날아 넘은 비행원리에 대한 기록이 없어 자세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유추할 수는 있다. 18세기 실학자 이규경(李圭景)이 하늘을 나는 수레를 만드는 책을 조사하여 그 원리를 적어 남겼다. ‘가죽으로 된 큰바람 주머니를 만들어 뜨게 하고 마치 독수리 같은 날개를 달아 그 가죽의 바람을 조작하여 백길 높이를 날 수 있는데 네사람까지 태운다’했다. 
 폴란드 군비청은 지난 16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FA-50 경공격기 48대를 도입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26일 K2 전차와 K9자주포 본계약을 완료한 지 3주 만이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시대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미국의 닉슨 독트린과 베트남 공산화 소용돌이 속에서 자주국방의 일환으로 태동했다.
 2003년 2월 사천비행장을 이륙한 T-50 고등훈련기가 4만피트 상공에서 초음속 비행으로 진입했다. 첫 시험비행에서 약 20만개 부품이 한치의 오류없이 작동한 건 기적과 다름 없었다. 이후 꾸준히 기술을 축적, TA-50 전술입문훈련기, T-50B 블랙이글, FA-50 경공격기가 차례로 양산돼 우리 영공을 지키고 있다. 항공기는 기계 전자 소재 반도체 정보기술(IT) 등 융복합 기술의 결정체이다.
 소총도 생산하지 못하던 나라가 50여년 만에 상전벽해를 이룬 셈이다. 한편 핵심부품의 해외의존도를 낮추는 게 급선무다. FA-50도 미국이 엔진 수출을 거부하면 전투기 자체를 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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