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항만공사 전경.
울산항만공사 전경.

▷속보=지난 2022년 울산항 3·4부두에서 발견된 오염 토양의 정화 책임을 두고(본지 2025년 10월 21일자 6면 보도) 울산항만공사와 울산 남구청이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발암 우려 물질이 검출되고 오염 면적이 9,000㎡에 달해 책임 공방보다 신속한 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항 내 오염된 토양을 두고 울산항만공사는 행정기관이 오염을 유발한 배관 업체를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반면, 남구청은 토지 소유주인 항만공사에서 원인 업체를 밝혀야 하고 현재 정화책임자가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다른 지역에서는 정화책임자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면서 행정소송으로까지 번진 사례가 있어, 울산에서도 책임 공방이 길어지면 정화 작업이 늦어지고 오염 확산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울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남구 매암동 일원 울산항 3·4부두에서 발견된 오염 토양은 액체화물 이송 지하 배관에서 유종이 확인되지 않은 석유화학물질이 누출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어느 업체의 배관에서 해당 물질이 누출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남구청이 울산항만공사에 토양 정화조치 사전 통지를 내렸지만, 항만공사는 자신들이 정화책임자가 아니라며 구청이 토양을 오염시킨 배관 업체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토양을 오염시킨 배관 업체를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오염 원인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공사 예산으로 정화비를 투입할 수는 없다. 항만 개발과 이용자들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을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정화에 쓰는 것은 사회적 비용 손실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는 수사 권한이 없어 배관 운영사 자료를 요청하기도 어렵다"라며 "구청에서 충분한 조사를 했는지 확인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남구청은 울산항만공사를 지난 2022년부터 정화책임자로 보고 있다. 구청에 따르면 오염된 토양이 발견됐을 당시 항만공사가 오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일부 면적에 대한 정화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해 1차 정화명령을 내렸다. 이와 함께 항만공사에 토양 정밀조사를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남구청은 항만공사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남은 면적에 대해 정화조치 사전 통지를 내렸으며, 추후 정화조치 명령도 내릴 계획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2022년도에 항만공사가 스스로 정화명령을 요청하고 일부 정화를 시행한 만큼 정화 책임을 인정한 셈"이라며 "현재로서는 오염 원인을 사실상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화 책임자는 항만공사가 맞다"라고 말했다. 이어 "토양을 오염시킨 업체를 찾는 것도 배관사를 관리하는 항만공사가 해야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환경공단은 오염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 지자체가 법에 따라 신속한 정화를 위해서 토지 소유자나 점유자에게 정화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화책임자의 1순위는 토양오염을 발생시킨자, 2순위는 토양오염의 원인이 된 토양오염관리대상자시설의 소유자·점유자 또는 운영자, 3순위는 합병ㆍ상속이나 그 밖의 사유로 제1호 및 제2호에 해당되는 자의 권리ㆍ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 자, 4순위는 토양오염이 발생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거나 현재 소유 또는 점유하고 있는 자다.

지자체는 오염토양 정화책임자가 둘 이상인 경우 필요에 따라 환경부 토양정화자문위원회에 자문을 요청할 수 있다.

자문을 거쳤음에도 토양오염을 발생시킨 자를 찾을 수 없으면 결국 지자체는 2·3·4순위를 따져 정화책임자를 선정해야 한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면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토지 소유 또는 점유자에 정화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이후 실제 오염 원인을 찾으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토양정화자문위원회에 자문을 요청하더라도 원인 규명을 못하는 경우 지자체가 정화책임자 순서에 따라 토양 정밀조사와 오염토양 정화 또는 오염토양 개선사업 실시를 명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즉, 이번 울산항 3·4부두의 경우 토지 소유자인 울산항만공사가 토양 정화책임자로 볼 수 있다고 풀이된다. 또 국가 항만시설을 위탁받아 운영·관리하는 항만공사는 시설 관리자로서 오염 발생 예방과 사후 관리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한편 지난 2022년 지하 배관 공사 중 울산 남구 매암동 울산항 부두에서 발견된 오염 물질은 발암 가능성이 있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로 확인됐으며, 오염된 토양 면적은 8,997.1㎡에 달했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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