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대표적 기피학교인 홍명고등학교를 평준화배정에서 배제하는 방안이 재론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며칠 전 홍명고 학교법인인 태화학원 이사장이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독단적으로 ‘천상 이전 개교(2015년 3월)를 포기한다’고 내뱉은 발언이 후폭풍을 몰고 오는 분위기다.

과거 2년간 홍명고 이전 분쟁을 중재해 온 국민권익위원회는 물론 태화학원 이사들까지 이사장의 돌발 행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울산시교육청은 “태화학원측에 다음달 6일까지 홍명고를 울주군 천상으로 이전할지 말지를 최종 결정한 뒤 공문형태로 접수하도록 통보하겠다”며 “이 데드라인을 넘기면 천상에는 공립 일반고 설립이 즉각 추진된다”고 28일 밝혔다.

태화학원은 다음달 5일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홍명고 천상 이전 문제를 담판 짓기로 했다. 이사장 뜻대로 천상으로 이전하지 않으려면 전체 9명인 이사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출석한 자리에서 정원의 과반수 이상이 천상 이전에 반대해야 한다.

특히 시교육청은 홍명고를 평준화배정에서 제외시키는 것을 비롯한 모든 대책을 검토 중이다.

홍명고는 공단지역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시내버스조차 잘 다니지 않아 매년 학생·학부모들의 배정불만이 끊이지 않는 울산의 대표적 기피학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2009년 시교육청이 ‘고교 다학군제’와 관련해 동국대학교 연구팀에 의뢰한 연구용역에서는 홍명고를 평준화배정 대상학교에서 배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지만 반대여론으로 시행되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 태화학원 이사장의 천상 이전 포기 발언을 계기로 평준화배정 제외 문제가 다시 논의테이블 위에 올랐다.

현재 울산의 평준화배정은 ‘희망배정 60%, 강제배정 40%’라는 원칙이 적용되고 있지만 홍명고는 거꾸로다. 올해만 해도 홍명고 신입생(216명)의 69.4%(150명)가 강제배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평준화배정에서 제외될 경우 정원미달 사태로 후기고교로 전환되거나 최악의 경우 학사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태화학원 이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굳이 천상이 아니더라도 산업단지 승인이 나면 그 보상금으로 다른 제3의 장소로 꼭 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현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홍명고 부지 40만㎡가 포함된 울주군 청량면 용암리 일대에 추진 중인 ‘민간산업단지 조성계획’을 검토 중인 울산시 관계자는 “산업단지 승인의 최대 변수는 홍명고 이전 여부”라며 “천상으로 옮기건 다른 지역으로 옮기건 상관 없지만, 분명한 건 홍명고 이전에 대한 시교육청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2015년 3월 개교 예정인 (가칭)온산고와 (가칭)천상고를 제외하고는 현재 울산에 고교 신설 수요가 있는 곳은 없다”고 전했다.

태화학원 이사 A씨는 “홍명고 이전을 돕기 위해 6,000명이 넘는 지역주민과 국민권익위가 나섰고, 교육당국도 160억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주겠다는 마당에 왜 천상 이전을 포기하겠다는 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이전기회를 놓치면 평준화배정학교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학교는 붕괴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국민권익위-태화학원-교육청-시청이 홍명고 이전을 위한 조정합의문을 어렵게 체결한 상태”라며 “조정문은 그 자체로 민사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기 때문에 신청자인 태화학원 역시 법적인 이행의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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