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을 철도로 연결한다는 꿈이 차츰 현실화되고 있다. 남북분단이라는 벽에 막혀 막연하게만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바야흐로 국경 없는 경제전쟁시대다. 완고한 이데올로기의 벽도 이미 넘어졌다. 구(舊)소련의 해체가 이를 가속화시켰다. 한때 동서냉전의 중심축을 담당했던 러시아가 지금은 중국에 밀려 2등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가스전과 원유, 철강석 등 무궁무진한 지하자원을 보유한 러시아가 제2의 도약을 준비하면서 어느 때보다 활로 모색에 적극적이다. 이런 러시아가 한국에 화답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부산을 출발,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유럽철도에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화답, 양국의 이해가 일치함을 재확인했다. 남은 것은 북한이다.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북한이 우리 열차가 자신들의 영토를 통과, 러시아와 유럽으로 가는 것을 탐탁하게 생각할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을 얼마나 진지하게 설득하느냐의 문제이지, 결코 불가능한 일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북한도 심각한 식량난과 주민들의 욕구불만을 어떻게든 풀어야 할 단계에 와 있다. 60년 이상 지속했던 철의 장막도 이제 서서히 한계에 이르고 있다. 남북경협과 시장개발 수위가 높아지면서, 외부와의 무조건적인 단절이 불가능하게 됐다.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로 이 같은 개혁개방 흐름은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때문에 북한이 유라시아철도 연결로 어떤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다는, 분명하고도 구체적인 카드를 들고 저들을 설득한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태세는 되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과 러시아, 북한 등 3자가 만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유라시아철도의 북한 내 노선은 대부분 연결돼 있지만 나진에서 러시아의 하싼지구에 이르는 노선만이 없는 상태다. 3자 합의가 성사된다면 이를 연결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더욱이 지금은 정부 당국자만의 논의 차원을 넘어 국내 대기업까지 가세,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유라시아철도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특별 지시했다.
정 회장은 “부산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의 1만9천㎞를 배로 가면 27일이나 걸리지만 시베리아횡단철도로 가면 열흘이면 충분하다. 또 운반비용도 컨테이너 1대당 평균 980달러로 배를 이용할 때의 2,200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며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자동차운반선의 경우 컨테이너 전용선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가 대유럽 시장 공략에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부품협력업체들의 진출도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울산경제가 유라시아철도 연결로 제2의 부흥을 맞을 수 있는 것도 물론이다. 유라시아철도에 러시아뿐 아니라, 북한의 맹방이라 할 중국 역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