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구대암각화 소재 야외공연은 특별
세계문화유산 등재돼 잘 보존되길”
연극 무대에 서 온지 50년이 훌쩍 넘은 한국 대표 원로배우 박정자(74) 씨. 며칠 후 초연되는 사운드 이미지 연극 ‘반구대’ 무대를 위해 울산을 찾은 그를 24일 만났다.
그동안 150여개의 연극에 출연하며 다양한 배역들을 소화해 낸 박정자 씨에게 이번 ‘매발톱’ 역할은 사실 크게 새로운 역은 아니다. 부족의 큰어머니 격인 매발톱은 묵직한 무게감으로 무대의 시작과 끝을 이끄는 인물로, 그동안 박정자 씨가 해왔던 배역들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그에게 이번 역할이 여러모로 특별한 것은 분명하다. 박씨는 야외공연이라는 점과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한다는 점을 꼽았다.
“이번 연극에 출연하면서 울산, 그리고 반구대암각화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7,000년 전 선사시대 인물을 소화하는 데에 대한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서는 “지금까지 어떤 공연도 마다한 적 없다. 배우는 언제든 변화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어떤 배역도 할 수 있는 것이 배우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번 출연은 연극 원작소설 「반구대」의 저자 구광렬 울산대 교수의 강력한 요청으로 성사됐다. 박 씨는 다소 어렵다는 평가가 있는 원작소설도 읽을 정도로 맡은 배역에 열중하고 있다. 그 열정을 연극에서 확인해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점심으로 언양불고기를 먹고, 태화강 대공원을 거닐었다는 그는 울산의 아름다움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연이나 관광을 위해 울산을 방문한 적이 오래 전 있긴 하지만, 그때보다도 훨씬 많이 발달되고 아름다워졌다는 것. 특히 태화강을 배경으로 한 야외무대에도 반한 모습이었다.
박 씨는 “유럽에선 여름마다 야외공연이 많이 열리지만, 한국은 비 때문인지 야외무대를 만나기가 어려워 아쉬웠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무대에 꼭 서고 싶었다. 열려있는 무대인만큼 관객들의 마음도 더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와 함께 “비가 오면 관객들과 만들어내는 또 다른 에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욱 멋진 공연이 될 수도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기자에게 반구대암각화의 현황을 묻던 박씨는 공연을 마친 후 반구대 암각화를 제대로 둘러볼 생각에 설레어 했다. “반구대 암각화가 많이 마모 됐다는 소리를 들었다. 빨리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박정자 씨는 25일부터 본격적으로 리허설에 들어가 27일·28일 오후 7시 30분 태화강 둔치 야외무대, 30일 오후 7시 30분 반구대 집청정 무대에서 3차례 공연을 선보인다. 사운드 이미지 연극 ‘반구대’는 동명소설 「반구대」를 원작으로 심철종 씨가 연출을, 전우수 씨가 예술감독을 맡으며, 연극 특유의 시청각적 요소를 극대화 해 음악과 무용, 신체 움직임 등 다양한 볼거리들로 극을 꾸민다.
박정자 씨는 “그 당시 그들이 무슨 마음으로 그림을 새겼을까를 생각하며 배역에 임하려고 한다. 이는 울산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의 메시지를 배우의 입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자 씨는 1962년 연극 ‘페드라’로 데뷔한 뒤 ‘대머리 여가수’, ‘신의 아그네스’, ‘19 그리고 80’, ‘에쿠우스’ 등 15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고,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