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의 한 업체에서 관계자들이 울산 반구대 암각화 가변형 임시 물막이 모형실험을 하고 있다. 이날 실험에서는 구조물에서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
문화재청·울산시 28일 광주서 실험…"정리 수순" 관측도

(광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투명판 네 개가 십자로 맞물린 부분이 보이세요? 판을 감싼 고무 재질의 개스킷이 완벽하게 밀착해야 물이 새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개스킷이 너무 딱딱해서 물이 샌 것 같습니다."

반구대 암각화 임시 물막이의 모형 설계 작업을 주도한 함인선 포스코A&C 수석기술고문은 26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의 한 공장에서 기자와 만나 4개월 전 시행한 1차 모형실험의 실패 원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함 고문은 "1차 실험과 마찬가지로 개스킷 십자 접합부의 누수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면서 "투명판 주변의 구조물에서 물이 새지 않아야 정확한 실험을 할 수 있는데, 자꾸 물이 스며 나와 누수를 막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보로 지정된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대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의 2차 모형실험이 오는 28일 진행된다. 14명으로 구성된 기술검증평가단은 실험을 참관한 뒤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이날 20분가량 진행된 사전 실험을 참관한 결과, 구조물의 볼트와 바닥 등 다섯 군데 이상에서 물이 흥건하게 고일 정도의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 이미 바닥 부위는 누수를 막기 위해 실리콘을 곳곳에 바른 상태였다.

이처럼 구조물에서 물이 새면 개스킷 접합부에 쏠려야 할 수압이 분산돼 정확한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없지만,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실험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그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더군다나 반구대 암각화에 실제로 설치될 가변형 물막이는 투명판 160여개를 이어 붙여야 해 정밀한 실험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평가단에 포함된 조홍제 울산대 교수는 "개스킷 접합부에서 물이 새지 않더라도 구조물에서 누수가 일어나면 설치는 불가능하다"며 "투명판 4개로도 쩔쩔매고 있는데, 투명판 160개로 된 거대한 물막이를 울퉁불퉁한 반구대에 어떻게 밀착시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실제 물막이에는 실리콘을 사용할 수도 없다"고 지적한 뒤 "수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보면 가변형 물막이는 근본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울산시가 28일 실험을 강행한다는 것은 물막이 시설의 실패를 인정하고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의미일 수 있다"면서 "시간과 예산만 낭비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가변형 임시 물막이는 국무조정실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울산시가 2013년 6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도입한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법으로, 암각화에서 16∼20m 떨어진 지점에 반원형으로 세우는 길이 55m, 너비 16∼18m, 높이 16m의 임시제방이다.

1965년 완공된 사연댐으로 인해 50여 년간 대곡천의 수위에 따라 물에 잠겼다가 외부에 노출되기를 반복한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와 해체가 용이한 거대한 옹벽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가변형 물막이는 지난해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2015년 3월 기술검증평가단 회의에서 모형실험과 외부에서의 기술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설치 일정이 순연됐다.

학계 관계자는 "설령 2차 모형실험이 성공해도 가변형 임시 물막이 설치까지는 수많은 고비를 넘겨야 한다"며 "정부는 하루빨리 물막이 설치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 가변형 물막이 모형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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