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진행될 예정이었던 반구대 암각화 가변형 물막이 2차 모형실험이 연기됐다고 한다.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당초 오늘 14명으로 구성된 기술검증평가단이 참관하는 가운데 모형실험을 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기술검증평가단에 통보도 하지 않고 구조물을 옮겨버리고, 실험 일정을 취소해 버린 것이다. 지난 25일부터 진행한 자체 검증에서 ‘누수’가 확인돼 더 이상의 검증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절차상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번 실험은 물막이댐의 기술적 안정성을 검증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반구대 암각화가 새겨진 거대한 바위에 인공 구조물을 접합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형실험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현재 반구대암각화 상류에 시공 중인 실제 모형실험도 의미가 없어진다.
사업을 맡은 포스코A&C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실시된 1차 모형실험에서는 누수 조차 극복하지 못했다. 가스킷 십자 접합부에서 물이 새어나와 정상적인 실험이 어려웠다. 이번 2차 실험은 이를 보완해 검증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25일부터 시작한 자체 실험에서도 누수를 잡지 못했다. 20분가량 진행된 사전 실험에서 구조물의 볼트와 바닥 등 다섯 군데 이상에서 물이 흥건하게 고일 정도의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 이미 바닥 부위는 누수를 막기 위해 실리콘을 곳곳에 바른 상태였다고 전한다. 더 이상의 실험이 무의미했던 모양이다.
2차 모형 실험 일을 하루 남겨놓고 문화재청과 시공사측이 임의대로 ‘철거’와 ‘연기’를 결정한 것이 적법한 절차인지를 반드시 따져봐야겠다. 취재결과 문화재청이 실험의 실효성 때문에 먼저 시설물 철거를 제안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이는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라 할 수 있다. ‘누수’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그 자체도 검증평가단의 중요한 평가 사안인데도, 행정이 알아서 시공사에 ‘한번 더 보완하도록’ 특혜를 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 기술검증평가단에 참가하고 있는 한 위원은 “보완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 것 역시 기술검증평가단의 검증사항이 된다”면서 “하자가 발견했다고 검증 자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어떻게든 최악의 결과를 피해보려는 꼼수이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이 이 무모한 실험의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업체에 특혜성 기회만 더 줬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물막이댐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여전하다.문화재청이 ‘물막이댐’에 어떤 미련이 남아있는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