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둘기
눈을 떴다. 붉었다. 머리가 묵지루했다. 손마디가 찌르르했다. 나는 뒤로 묶인 손을 풀려고 안간힘을 썼다. 막무가내였다. 좀 더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머리를 흔들었다. 꿀렁꿀렁…(하략).
“청년 시절, 멋모르고 덥석 움켜잡은 꽃 한 송이, 그것이 가시투성이 장미인줄 누가 알았는가. 나는 매일매일 손바닥에 박힌 가시를 뽑으며 아무래도 역부족이 아닌가 늘 실의와 희한에 빠진다”(2005년 채만식문학상 수상 작가소설집 「주홍빛 점박이 갈매기」 ‘작가의 말’ 서두에서).
그렇다. 누군가의 손에서 꺾여주기를 간절히 바람 했던 황홀토록 아름다운 꽃 한 송이. 이상향을 좇는 작가의 어쩌지 못하는 삶은, 가시에 손 찔려 뚝뚝 피 흘리며 그 많은 이야기꽃을 피워냈으리라. 현란한 낭만주의적 문체로 인간의 욕망과 고뇌의 깊이를 사실적으로 일궈가는 작가 백시종은 소설계의 듬직한 대들보로 놓여있어 미덥기만 하다.
●소설가 백시종(白始宗, 1944~)은 경남 남해 출생으로, 66년 서라벌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아·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데뷔. 저서로는 장편소설 「자라지 않는 나무들」외 30여권이 있으며, 한국소설문학상, 오영수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채만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 회장, 동아일보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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