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리얼리즘’이 거둔 값진 성취

제25회 오영수문학상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김호운(소설가), 백시종(소설가), 유성호(문학평론가)

오영수문학상은 1993년 제1회를 시작으로 하여, 한국의 대표적 중견작가에게 주어져온 본격문학의 축제의 장이다.

그동안 수많은 한국의 대표 작가들이 이 상을 수상한 바 있고, 이번에 후보작으로 올라온 작품들도 이에 상부하는 정점의 면모와 위상과 성취를 이뤘다고 판단된다.

심사위원들은 이 가운데 정찬의 ‘새의 시선’과 김애란의 ‘가리는 손’을 특별히 주목했고, 이들을 깊이 윤독하면서 우리 소설계의 매우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했다.

 먼저 심사위원들은, 김애란의 ‘가리는 손’이 그동안 우리가 깊이 기대왔던 인문적 가치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시대적 현상을 밀도 있게 담아낸 수작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김애란 특유의 박진감 있는 문장과 세대 간, 계층 간, 인종 간 갈등의 제시와 전개, 타당성 없이 벌어지는 연쇄적 폭력에 대한 시대적 감응, 부조리극을 연상시키는 출구 없는 세태 묘사가 우리 시대의 상징적 묵시록으로 손색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애란 소설의 사회적 상상력이 한 극점을 이뤘다고 생각된다.

정찬의 ‘새의 시선’은 한 사진작가가 우연히 경찰 특공대 진압 경찰인 친구의 요청에 따라 겪게 된 경험들을 담은 명편이었다.

그 과정에서 80년대의 분신 사건과 2000년대의 용산 참사가 겹쳐지는데,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인공의 과거 기억으로부터 현재 겪는 증상까지 결합하면서 기억과 현실, 사적 기억과 공적 기억 등을 결부시켜가는 탁월한 소설적 전개를 보여준다. 오래된 증언과 상징이 시대적 함의를 띰과 동시에 보편적 가치로 승화돼가는 과정이 눈부신 구도를 보여준다.

희뿌연 빛이 떠도는 어둡고 깊은 터널과도 같은 기억의 문제를 사실적, 심층적 투시로 보여줌으로써, 이 작품은 ‘새’의 시선 혹은 ‘새’의 영혼이 가지는 상징적 함의를 탄탄하고 웅숭깊게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정찬이 썼던 ‘완전한 영혼’이나 ‘광야’ 등을 잇는 ‘기억의 리얼리즘’이 거둔 값진 승리라고 판단됐다.

심사위원들은 이 가운데 중진 작가 정찬의 작품이 문장의 안정성, 주제의 시의성, 공적 기억과 ‘새’의 상징이 가지는 밀도 높은 결속력 등을 한결 더 갖추고 있다고 판단해 이 작품을 본상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의미 있는 수상에 축하의 말씀을 드리면서, 앞으로도 한국 소설의 발전과 심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경을 보여주기를 소망한다.

심사평     심사위원:백시종(소설가), 김호운(소설가), 유성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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