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필 두려움 견뎌낸 나에게 격려”

소설가 정찬

역사는 개인의 실존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실존을 끊임없이 삼킴으로써 생명력을 증대하는 것이 역사입니다. 역사 속에서 개인의 실존을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권력의 실존만 확인될 뿐입니다. 소설은 이 불가능성을 역류함으로써 역사와 다른 세계를 펼칠 수 있습니다. 역류의 힘은 허구에서 나옵니다. 허구를 통해 개인의 실존에 생명을 불어넣으니까요. 허구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습니다. 

개인이 역사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순결 혹은 악입니다. 순결과 악은 역사를 견디는 힘입니다. 저는 <새의 시선>을 통해 순결로써 역사를 견디는 한 인간의 실존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그의 실존 속에는 실재와 허구가 혼거하고 있습니다. 실재는 허구 속으로 파고들고, 허구는 실재 속으로 파고듭니다. 실재는 허구를 견뎌야 하고, 허구는 실재를 견뎌야 합니다.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한 쪽이 견디지 못하면 소설의 공간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그러니 소설을 쓰면서 내내 가슴을 졸여야 했습니다. 자주 길을 잃었고, 보이지 않는 길을 찾으려고 헤맸습니다. 헤매는 동안 길을 찾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했습니다. 저에게 소설 쓰기의 어려움은 두려움을 견디는 어려움이었습니다. 그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오영수 문학상 수상은 두려움을 용케 견뎌온 저에 대한 격려로 여겨집니다. 저에게 따뜻한 격려를 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오영수 문학상 관계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여름, 오영수 선생님의 작품들과 함께 숲속의 길을 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누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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