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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칼럼] 주화입마(走火入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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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8.01.28 22:30
  • 댓글 0

콘크리트 다리가 불에 탔다고 하면 좀 믿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1922년 미국 텍사스 주 라임스톤의 제14국도와 나바스타 강이 교차되는 곳에 있던 콘크리트 다리가 화재로 완전히 타버렸다. 불이 나기 전에 그곳에는 큰 비가 쏟아져 강물에 떠내려온 나무들이 다리 부근에 많이 걸려 있었다. 마침 근방을 지나고 있던 멕시코 석유회사의 송유관이 터져 엄청난 석유가 흘러들어 걸려있던 나무들에 흠뻑 스며들었다. 기름에 젖은 나무들에 불이 붙어 놀라운 기세로 타오르자 콘크리트 다리도 버틸 수 없었다.


우리나라 화재(火災) 중 최대 참사는 1971년 12월 25일 163명이 사망한 서울 대연각 호텔 화재였다. 그런데 이 호텔 건설에 관여한 것으로 기록에서 확인된 사람들을 화재 이후 모두 처벌했다.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손정목 저)라는 책에서 현대 한국 사회가 기록을 남기지 않는 풍조가 생긴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사고가 났을 때 관련 기록을 찾는 것은 사고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그 기록들이 누군가를 본보기로 처벌하기 위한 도구가 됐으니 누가 기록을 남기겠느냐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21일 29명이 사망한 충북 제천시의 스포츠센터 대형 화재 관련 기록의 잉크도 마르지 않은 한 달 남짓만에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1층에서 일어난 불로 또 38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자세한 상황은 조사 중이지만, 초기에 불길 확산을 차단하지 못한 것부터 제천 참사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환자 100명 이상이 입원한 병원인데도 화재 예방과 초기 진화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도 마찬가지다. 대형화재들이 모두 낮 시간에 발생한 인재(人災)로 알려져 더욱 안타깝다.


역대 정부가 내세웠던 ‘안전 한국’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안전 한국’이 저절로 이뤄지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죽음의 불꽃 속을 헤매는 주화입마(走火入魔)의 안전 후진국에 갇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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