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많은 병원, 일반건물보다
강화된 화재 안전 기준 필요
요양병원 세이프티존 등 
건물 상황에 맞는 설비 갖춰야
시, 오늘부터 합동안전점검

 

법규 안에 방치된 잠재적 위험성이 또다시 대형화재 참사로 이어졌다. 매번 발생하는 화재 때 마다 땜질식 규정보완과 점검이 이뤄진데다, 그나마 있는 규정마저도 해당 건물주 등이 이리저리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센터, 병원 등 대규모 다중이용시설이 많은 울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27일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있으나 마나한 허술한 법 

38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당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병원 규모에 비해 대형 참사로 번진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스프링클러의 부재였다. 세종병원이 ‘스프링클러조차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의료기관’으로 운영이 된 것은 허술한 법령이 ‘땜질식 처방’으로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경북 포항의 노인요양시설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10명의 노인이 사망했다. 

정부는 소방시설법 시행령을 개정해 24시간 숙식을 제공하는 노인·장애인 요양시설 등은 건물 면적에 상관없이 간이스프링클러 등의 화재 진압 설비를 설치하도록 했다. ‘요양시설’로 국한된 법은 2015년 전남 장성의 한 요양병원 화재 참사라는 결과를 낳았다. 21명이 사망한 후에야 요양병원에도 스프링클러를 의무 설치하도록 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환자’라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통상적인 법 개정이다. 환자가 많아 일반 건물에 견줘 한층 강화된 화재 안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큰 사고를 겪을 때마다 조금씩 변하고 있다. 시행착오를 목숨 값으로 하고 있는 모습이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바닥 면적 합계가 600㎡ 이상인 정신의료기관·요양병원이나 11층 이상인 의료기관, 또는 4층 이상 높이에 1,000㎡ 이상 면적을 차지하는 의료기관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게 돼 있다. 

세종병원은 지상 5층 높이에 한층의 바닥 면적이 약 395㎡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그나마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에 포함된 세종요양병원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규정상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요양병원에 대해서 올해 6월말까지 스프링클러 설치를 유예해줬기 때문이다.    

◆안전관리개선, 상황에 맞는 설비필요

“소방안전점검도 꾸준히 이뤄졌습니다.” 

화재참사 후 밀양 세종병원 측의 입장발표였다. 실제로 꾸준히 이뤄졌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역시 보완사항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건물주가 점검업체를 선정하는데, 대부분의 건물주가 가장 저렴한 점검 비용을 제시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도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류상 점검은 이뤄졌는데 안전이 확보됐는지는 미지수다.

요양병원과 같은 시설에 대해서는 ‘세이프티존’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나왔다.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이용재 교수는 “병원 중 어느 한 지역을 ‘세이프티 존’으로 만들어 방화 구역을 철저히 관리하고, 사고 발생시 여건에 따라 환자들을 화염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대피시킨 후 소방대원들이 2차 대피를 시킨다면 인명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이번 화재의 경우 연기에 의한 인명피해가 컸는데, 제연설비(화재가 나면 자동으로 실내에 있는 연기를 배출하는 시설)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시 합동안전점검 실시

울산시는 29일부터 의료기관 51개소에 대해 소방본부와 합동으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점검대상은 종합병원 8개소와 화재발생 시 자력대피가 어려운 요양병원 43개소 등 51소이다. 
이번 점검은 밀양시 소재 세종병원에서 화재(1월 26일)로 인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시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유사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긴급하게 추진된다.

주요 점검 내용은 △피난시설 적정성 여부 △비상구 및 피난 통로 장애물 설치여부 △가스·전기시설 안전관리 실태 △건축물 안전 및 소방시설 정상 작동 여부 등이다.

울산시는 점검 결과 적발된 사항 중 경미한 사항은 현장 지도하고 중대한 사항은 과태료 부과 및 즉시 시정조치를 통해 바로 잡을 예정이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이번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신속한 대처가 어려운 화재 취약 계층은 초기에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 다수의 인명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면서 “시민들이 안전하게 다중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총동원해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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